6. 염천교 다리 밑
6. 염천교 다리 밑
“딸그랑 딸그라앙”
“어허 어허 어허이~~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어야 디야”
“에허 달공”
망자를 부르는 듯 음산한 요령 소리와 함께 상여가 나간다. 칠복은 비슬비슬 상여를 피해 길 가장자리로 비켜섰다. 벌써 사흘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
칠순이가 죽고 난 후에 뼈골까지 시려 오는 외로움과 서러움에 칠복이는 몸살을 앓았다. 다행인 것은 칠복이가 몸살을 앓고 있는 동안에 큰 아버지를 비롯한 온 가족은 칠복이에게 아무 일도 시키지 않았고 측은한 마음이 들었는지 죽까지 쑤어 바치며 정성을 표시한 일이다. 천애의 고아가 되어 버린 칠복이의 몸은 왜소한 편이었다.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에도 늘 허약한 듯 보이는 칠복이와 칠순이는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끌탕을 한 몸에 받고 살았다.
칠복이와 칠순이는 아버지가 캐온 산삼을 두어 뿌랭이나 먹은 터이다. 약초를 캐는 중에 억세게 재수가 좋은 날에는 그 귀한 산삼을 연달아 두어 뿌랭이나 캤다. 아버지 산삼이 있는 곳에 아들 산삼이 있고 아들 산삼이 있는 곳에 반드시 아버지 산삼이 있다고 했다. 산삼은 종자를 퍼뜨려도 멀리 퍼뜨리지 못하고 두 팔을 벌리면 닿는 곳에 퍼져 있다고 했다. 아버지는 아버지 산삼은 아버지에게 바쳤고 아들산삼은 아들 칠복이에게 먹였다. 칠복이는 그 쓰디쓴 산삼을 날로 먹어야 했는데, 어지간히 앙탈을 부리며 그 산삼을 먹었다. 산삼을 먹고 나면 온 몸에 열이 뻗쳐서 잠도 못자며 땀을 흘리게 되는데 칠복이는 그 열이 싫었고 열꽃이 얼굴에 생기는 것이 무서웠다. 그 열꽃은 며칠이 지나면 자연히 소멸되고 말았는데 열꽃이 생긴 동안에는 무척이나 가려웠다. 칠복이와 칠순이가 앙탈을 부리며 산삼을 다 먹고 나면 아버지와 어머니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과 같은 얼굴이 되었다.
불현듯 크로즈업 되어 오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행복해 하던 모습 때문에 칠복이는 길 가장자리에서 쪼그리고 앉아 울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생각만 해도 줄줄 흐르는 눈물의 정도가 요즘 들어 더욱 심하다.
몸살이 지나가자 칠복이는 어머니가 쥐어 주었던 지전을 꺼내 호주머니에 단단히 넣고 집을 나왔다. 추석 명절이 얼마 안 남았으니 서울 외갓집에 가기만 하면 엄마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떠나온 큰 아버지 집에는 털끝만큼도 미련이 없다. 그 집에 있으면 칠순이 처럼 죽어서 나갈 뿐이다. 사방으로 조여 오는 절망과 외로움에 질식하며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칠복이에게 신경을 써줄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활활 죄다 털어 버렸다. 죽더라도 어머니 얼굴을 단 한 번만이라도 보고 죽고 싶다. 지전과 함께 넣어준 외갓집 주소가 담긴 편지봉투를 주머니에 갈무리 하고는 어머니가 계신다는 서울을 향해 무작정 걸음을 옮기고 또 옮겼다.
영동장터에 들러 지전을 꺼내들고 밥을 사 먹었다. 신작로를 따라 길을 가다가 철로가 나오면 철길을 따라 걸었다. 잠이야 어디에선들 못자겠는가. 대문이 높은 집이 있으면 그리로
가서 쪼그려 잠을 잤고 철길을 걷다가 역사가 나오면 침목이 쌓여 있는 역사의 헛간에서 잠을 잤다
벌써 집을 떠난지 한 달이 되어간다. 칠복이는 대전을 지나 끝이 없이 펼쳐져 있는 길을 걷고 또 걸었다. 지전으로 차표를 살 수도 있었으나 어머니는 죽어도 이 돈을 쓰지 말고 입술에 피멍이 드는 일이 있을 때나 쓰라고 하셨다.
집을 떠난 지 두 달이 되었는지 세 달이 되었는지 모른다. 입성은 남루할 대로 남루해지고 제대로 밥을 먹지 못해 영양 상태는 말할 것도 없이 뼈만 남아 앙상한 몰골로 칠복이는 서울역에 도착하였다.
*
시끌벅쩍 한 차례 소동이 일어났다. 역전 파출소 순경들과 구청 직원들이 서울역 주변 부랑자 소탕작전에 나선 것이다.
“야 칠뜨가 이시끼야 빨리 튀어. 후리가리 내렸어 임마. 넌 잡혀가면 끝장이야 임마”
“알았슈”
헐레벌떡 칠뜨기는 가마니 자리를 들고 깡통을 챙겨 들고 부리나케 뛰었다. 벌써 호르라기 소리와 여기저기로 뛰는 발자국 소리가 요란하다. 쫓는 사람이 없는지를 살피며 뛰던 칠뜨기는 마침내 염천교 다리 아래 움막집으로 돌아왔다. 이미 움막에는 앵벌이를 하던 거지들이 한 놈도 빠짐없이 다 모여 어깨에 가마니를 두르고 덜덜 떨고 있다.
“칠뜨기 너 얼마 벌었어? 빨리 빨리 번 돈 안 가져오나”
한껏 으름장을 놓으며 딱딱거리는 왕초 앞에 칠뜨기는 옆구리에 끼고 뛰던 미제깡통을 내어 밀었다. 깡통 안에는 동전이 제법 들어 있다. 왕초는 동전을 일일이 헤아리고 난 뒤에 그제야 씨익하고 웃었다.
“씨팔 좀 벌만 하면 짭새들이 후리가리를 내리니 좆같은 새끼들이야”
“왕초 그래도 칠뜨기 깡통은 짭짤한디 오늘은 괴기국 좀 먹으면 안 되유?”
누런 코를 줄줄 흘리며 따구가 왕초에게 찐짜를 붙인다. 나이는 16살이나 되었건만 키와 정신연령은 13살 정도 밖에 보이지 않는 따구는 때에 절어 번들번들한 까만 학생복 윗도리를 입고 있었는데 헐렁한 옷에 바짝 마른 몸은 마치 허수아비에 옷을 입혀 놓은 몰골이다. 그 옷의 소매는 코에 떡칠이 되어 풀칠을 한 것 같이 되어 있다.
*
서울역에 기진한 몸으로 도착한 칠복이는 잠 잘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소변이나 볼까 하고 염천교 다리 밑으로 내려갔다. 얼기설기 가마니로 엮어 놓은 움집이 몇 개 보였는데, 늦은 저녁을 먹는지 모닥불이 피워져 있었고 그 위에 깡통 몇이 올려져 있다. 구수한 된장을 풀은 씨레기 국 냄새가 칠복이의 회를 동하는지 칠복이는 씨레기 국 냄새를 맡고 생침을 삼켰다. 침을 삼키며 넋을 놓고 깡통을 바라보고 있는 칠복이 어깨를 누군가 잡아챘다.
“이거 어디서 굴러먹던 쌍통이야, 너 임마 여기가 어딘지 알고 대갈통을 들이밀어. 이 씨끼가”
주먹을 쥐고 어깨로 울러 매던 왕초는 기진맥진한 몰골에 새까만 얼굴에 눈물자국이 말라붙은 칠복이의 어깨가 힘없이 꺾어지는 것을 보고 얼결에 끌어안았다.
“뭐 이런 시끼가 다 있나. 이게 송장이네 송장이야. 야 곰발 이리 나와 봐”
곰발과 왕초에게 끌려 사지가 풀린 칠뜨기의 육신이 움막으로 옮겨졌다. 서너 차례 뺨을 때려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왕초가 입에 물을 물고 칠복이 얼굴에 뿜었다.
소동 끝에 눈을 떠 간신히 앉아 있는 칠복이의 몰골에 사납기로 이름난 왕초도 할 말을 잃었다. 거지 중의 상거지가 아마 이런 몰골이리라. 너덜거리는 신발은 둘째로 치고 반쯤 걸린 양말 사이로 발가락은 몇 번이나 뭉개졌는지 피떡이 되어 있었다.
왕초는 씨레기죽을 몇 사발이고 떠오게 하여 칠복이에게 먹였다. 칠복이의 몰골이 어찌나 험했던지 아무도 칠복이에게 며칠을 굶었느냐고 묻는 이가 없었고 어디에 살고 있느냐고도 묻지 않았다. 자꾸만 잦아드는 눈꺼풀이 힘겨운 듯 칠복이는 반쯤 눈을 감고 씨레기죽을 주는 대로 훌훌 마셨고 씨레기 줄기를 우물우물 씹어 삼켰다.
얼마나 지났을까. 칠복이가 눈을 뜨니 움막은 텅텅 비어 있었고 칠복이의 몸에는 두툼한 이불이 덮여 있었다. 때가 찌들대로 찌든 솜이불은 퀴퀴한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으나 칠복이 몸에서 나는 냄새와 중화되어 그 고약한 냄새는 콧등 뒤로 스러져 버렸다. 일어나려고 애를 써 보았으나 칠복이의 몸은 안 쑤시는 데가 없이 쑤시고 아팠다.
11월 말인데도 사방이 뚫려 있어 바람막이가 없는 염천교 다리 아래에는 겨울이 일찍 찾아 왔다. 차라리 눈을 뜨지 말고 푸욱 자 버렸으면 좋았을 걸, 칠복이는 한숨을 크게 쉬며 이불을 끌어 머리까지 감쌌다. 서울까지 왔는데 어디에서 엄마를 찾을 수 있을까, 언제나 찾을 수 있을까, 아니 어쩌면 엄마를 만나기도 전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칠복이는 한기를 느꼈다. 엄마를 만나기 전에는 죽을래야 죽을 수도 없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으니 온몸을 무명베조각으로 꽁꽁 묶여 관속에 들어 있던 칠순이 생각이 떠오른다. 칠순이도 죽기 전에 이렇게 아팠을테지. 그렇게 아팠으니 입술에 피멍이 들고 숨을 쉬는 것도 아파서 가냘프게 숨을 쉬었을거야. 칠복이는 자신과 자신의 집에 어느 날 갑자기 찾아 온 불행에 대하여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서울까지 걸어오는 동안에 촌사람이고 도회지 사람이고 참 많이도 보았다. 거지도 보고 모자에 금테를 두른 높은 사람도 보았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자신과 같은 불행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 칠복은 이불 속에서 한동안 뒤척이며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이해하느라고 애를 써야만 했다. 그리고 앞날에 어떻게 살아야 할는지 막막하기만 한 현실을 견주어 보며 힘없이 눈을 감았다. 이제 칠뜨기는 자신과 자신의 앞날에 대한 기대고 뭐고 다 포기했다.
“터벅터벅 터벅네야 너 어드메 울고 가니 우리 엄마 무덤가에 젖 먹으러 찾아간다. 명태 줄까 명태 싫다 괴기 줄까 괴기 싫다 우리 엄마 젖을 다오 우리 엄마 젖을 다오”
왕초는 이 노래를 부르라 했다. 그리고 칠복이의 이름은 칠뜨기로 부른다고 했다. 칠뜨기는 이 노래를 외우며 자신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주체를 하지 못하겠다. 서러운 인생이요,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인생이었다. 일터는 서울역 대합실 앞이라 했다. 무엇 보다 칠뜨기는 서울역 대합실 앞에서 작업을 한다는 것에서 적이나마 위로를 받았다. 혹시나 오고 가는 길에 엄마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배고파 보이는 얼굴에다 구성진 가락에 하염없이 흘러나오는 눈물 덕에 칠뜨기의 깡통 앞을 그냥 지나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가끔 500환짜리 백통전까지 들어 있는 칠뜨기의 깡통을 보며 왕초는 한 몫 잡았다는 듯 기뻐했다. 칠뜨기는 염천교 움막에서 없어서는 안 될 주요인사가 되었다. 가끔 곰발은 뻐리질을 해서 뻐리꾼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는데 대문이 허술한 집이나 열려 있는 집에서 세수대야나 물통 혹은 옷가지를 훔쳐 오는 일이다. 한 번은 신혼부부가 덮고 잠직한 얇고 보드라운 꽃 이불을 뻐리질 해 왔는데 그 날 왕초에게 뻐리질 해온 이불을 왕초에게 상납하고는 다시없는 찬사를 받고 돼지비계를 상으로 받아먹었다. 염천교 위로 해가 뜨고 또 해가 지고 있다.
염천교 위로 이어지는 길은 양동이었다. 양동은 서울역을 중심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대표적인 집창촌으로 유명세를 단단히 타고 있었는데, 대개의 집창촌은 역전을 중심으로 역전의 뒷골목이나 혹은 후미진 곳에 위치하여 있으며 붉은 전등불을 켜고 있었기 때문에 홍등가라고도 불렸다.
한국의 수도인 서울로 들어서는 관문인 서울역에는 언제나 사람이 들끓었다. 서울역은 일본식 고딕건물로 세워졌는데 서울역 중앙에는 거대한 시계가 박혀 있었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외눈박이가 광장 앞에 떠억 버티고 앉아 있는 것과 같이 보였고 시계를 볼 때마다 거대한 외눈박이와 마주친 것처럼 가슴이 벌컥했다. 서울역 광장에는 가끔 소판 돈을 가지고 냅다 튄, 간 큰 딸자식을 잡기 위해 눈에 쌍불을 켜고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촌부이며 보퉁이 하나 달랑 머리에 이고 이리 두리번, 저리 두리번거리는 앳된 처자 등 서울역 광장에는 언제나 사람이 넘쳤다. 새벽 열차를 타기 위하여 길게 늘어서 있는 잠이 덜 깬 군상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마땅한 바요, 마땅치 않은 일도 종종 목격되곤 했다. 그것은 취객이나 졸고 있는 열차승객의 호주머니나 보퉁이를 노리고 나타나는 쓰리꾼들의 출몰이었다. 쓰리꾼들의 신출괴몰한 출현과 사라짐은 공포였고 이들은 마음만 먹으면 처녀가 입고 있는 빤쓰를 빼내는 것도 일이 아니라 했다. 서울역에 도착하여 광장 시계를 바라보는 처녀들은 하나같이 코를 움켜 쥐었다. 서울은 눈을 감았다 뜨는 동안에 코를 베어가는 귀신들이 사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무작정 상경이라는 말의 신드롬이 생겨난 6, 70년대에는 이런 저런 사연을 담고 서울역으로 무작정 상경하는 청년들이 많았다. 그 중에 보퉁이를 하나 달랑 머리에 이고 서울역에 도착하여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 젊은 처녀는 양동에 기대어 먹고 사는 기둥들에게는 감칠 맛이 있는 먹이 감이었다. 양동의 한 방에서는 이렇듯 무작정 상경으로 서울역에서 조달해온 처녀를 길들이는 작업으로 연일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히 소판 돈을 가지고 내뺀 간이 큰 처녀는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일로써 기둥들에게는 호박이 넝쿨째 들어온 격이었다. 이들 기둥들은 처녀들의 몸에 기생하여 퇴물이 될 때까지 사골곰국을 울궈먹듯 독하게 울궈먹으며 살았다.
왕초를 비롯한 곰발은 상납 받은 동전이 좀 되거나 뻐리질이 잘 되어 수입을 잡은 날에는 염천교 개울에 따로 파 놓은 웅덩이에서 물을 길어 머리도 감고 물을 데워 목욕도 했다. 그리고 곰발이 뻐리해 온 양복을 입고 구두까지 신고 양동을 다녀오곤 했다.
벌써 김천 큰 아버지 댁을 떠나온 지 2년여가 훌쩍 지나고 있다. 걸뱅이 생활도 2년이 되어간다. 이제 15살이 된 칠뜨기의 몸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목울대가 커지고 체모가 자라나며 까닭 없이 사타구니가 자꾸 근질거렸다. 가끔 내복에는 끈끈하고 미끈덩거리는 이물질이 묻어 있기도 했다. 무엇보다 여학생을 보면 얼굴이 빨개지며 숨이 가빠온다는 것인데 칠뜨기는 이러한 자신의 모습을 누구에게라도 혹시 들킬성싶어 어지간히 신경을 쓰고 있었다.
가끔 왕초는 외국말이 써있는 이상한 잡지를 궤짝 깊숙이 넣어 두었다가 모두가 잠들어 있는 밤에 살며시 꺼내들고 밖으로 가지고 나갔다. 칠뜨기가 뇨의를 느끼고 염천교 개울로 가서 소변을 보고 오는 길에 움막 옆 음침한 곳에 있는 왕초를 발견한 적이 있는데, 왕초는 이상한 잡지를 보면서 바지를 내린 채로 열심히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왕초의 입에서 야릇한 신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얼굴이 화끈해진 칠뜨기의 소견에도 이런 것은 무조건 비밀로 감추어 주어야 한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하여 왕초가 혹시라도 자신의 기척을 눈치 채지 못하게 깨끔발로 발가락으로만 비비듯 조심조심 걸어서 움막 안으로 들어왔다.
움막에 들어와 이불 속에 발을 들이민 칠뜨기는 왕초의 짓거리에서 무언가 모를 요상한 느낌을 받으며 몸을 떨었다. 날씨가 추울 때에는 언 손을 녹이기 위해서 사타구니에 손을 넣어 녹이곤 했다. 버릇처럼 사타구니에 손을 넣은 칠뜨기는 묵직하게 잡혀 오는 자신의 몸에서 불안한 기운을 느꼈다. 탱탱해진 것도 그러하거니와 묵직하니 딱딱하게 잡혀 오는 자신의 몸은 예전과 확연히 달랐다. 칠뜨기의 사춘기는 분위기도 모르는지 염치도 없이 두꺼운 낯짝을 들고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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