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서시
소리가 멈추면 냄새도 사라집니다.
분주하게 움직이던 건강한 소리도
구릿빛 피부를 타고 흘러내리던 땀 냄새도
거친 숨소리가 잦아들면 함께 사라집니다.
사위에 정적이 흐르면
더 이상 만들어지는 것도
폐부에서 뿜어 나오던 단내도
다 멈추고 사위는 눈을 감을 것입니다.
당신의 눈에 눈꺼풀이 덮이고
앵도와 같이 도드라진 입술도 닫히고
입을 가리고 웃던 섬섬옥수도 거두고
종종 걸음을 치던 두 발의 발짓도 멈추었습니다.
이제 저쪽 문을 열고 나가면
웃을 때마다 입을 가렸던 섬섬옥수도
기쁠 때마다 동당거렸던 두 발의 발짓도
다시는 볼 수 없겠지요.
그대 관속에 누워 저쪽 문으로 나가고 나면
당신 남편은 풀무질을 멈출 것이며
강약에 맞춰 쨍강쨍강 소리를 내며 쇠를 다듬던 모루질 소리도
그칠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첫사랑이었던 내 눈에는 핏물이 흐를 것이며
가슴에는 회한과 후회가 해일같이 덮쳐 오겠지요.
내 가슴은 화전을 맞은 듯 화끈거리며 저며질 터이며
내 입술은 더 이상 휘파람 소리를 내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텅 빈 동공에 그대와의 추억을 넣어두고
아무도 모르게 잡아 두고
못난 내 자신을 꾸짖으며
피멍이 들도록 입술을 앙다물 것입니다.
그대 저 문으로 나가고 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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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신80회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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