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새면 우리와 헤어지는 아이

“며칠 전에 들어온 그 아이 땜에 골치입니다. 이제 중2가 손가락에 새빨간 메뉴큐어, 파마머리로 부터 시작해서 오밤중 남학생과 몰래 동반외출, 채팅으로 만난 고교생 만나기 위해 등교 길에 빠구리, 무단가출, 이렇습니다. 내일부터 학교 갈래? 1388갈래? 했더니 학교 가지 않고 1388가겠답니다. 휴~ 드보라 목사님 엄청 수고했군요. 어찌 요런 애가 있답니까?”

이상은 그룹홈협의회 사이트에서 모 목사님과 나눈 대화이다. 이 아이가 지난 4일 우리집에 입소했고, 5-6일은 전학시키기 위해 학교방문, 교복 및 비품 준비했으며, 7일 전학시켜줬다. 그 뒤 학교 다녔던 기간에 무단외출, 가출로 시간을 보냈다. 12일(수)부터는 아예 학교를 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날 학교 간다고 책가방 싸들고 나갔으나 그 책가방에는 가출했을 때 필요한 생필품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아내가 수시로 상담해 본 결과 이 아이는 이제 창피해서 학교는 가기 싫고, 우리집도 처음부터 오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에 퇴소하겠다고 했다 한다. 결국 학교담임, 친 아빠, 그 아이 지인 삼촌 등 모두에게 통보했다. 내일 1388(청소년지원센터 가출청소년 쉼터)로 데려다주기로 했다고… 1388은 그 아이가 원하기 때문이다.

사람 하나 만든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아내가 법인 아동시설에서 몇 년 근무하며 쌓아놓은 아이들 다루는 노하우로 그때 그때 대화 해 봤으나 이젠 아내도 포기했다. 앞에선 예~, 하면서도 행동은 그렇게 되질 않고 있는 그 아이…

우리집에서 그 아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나이다. 그 아이의 천방지축 하는 행동에 쓴 소리를 몇 번했더니 내가 제일 싫은 모양이었다. 우리집 앞에 같은 학교에 다니는 3학년이 있다. 그 아이하고는 대화가 통하는 것 같다. 둘이서만 소곤소곤 하고 있다. 가출 했을 때는 파출소에서 찾아오는 촌극을 벌렸다.

청소년으로서 받아야 할 교육, 간섭, 통제를 도무지 싫어하고 있다. 갓난아이 때부터 결손가정이 되어 할머니 손에 크면서 가정교육부재와 각종 교육이 없는 이 아이… 결손가정 아동의 제 문제를 다시 한 번 깊이 경험해 본다. 청소년들의 이성교육은 철저해야한다. 그래서 남학생 방에 들어가지 못하게 했고, 그들과 가까이 놀지 못하게 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처음 본 그 아이는 화류계 여성처럼 삐죽 길게 깎은 새빨간 손톱에 파마머리였다. 이제 중2인데… 그러니 내가 어떻게 봤겠는가? 신체는 고등학생같이 담담한 체구였다.

그 아이는 짐을 다 꾸려 놨다. 안 됐지만 날 새면 우리 곁은 떠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