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탄. 북에서 왔수다레
6탄. 북에서 왔수다레
김 동무께서 말씀하셨다.
“보라우 왜 통일을 못 시키고 지롤 떨고 있는 거이야. 지리산 굠 먹을 때가 되었지 안 캈어. 민한 간나들 데리고 뎡티를 하래니 뒷골따구가 땡기는 구나야.”
태백산맥을 가로질러 3.8선이 쳐져 있는 바람에 북한의 너구리들은 남한의 고욤 맛을 보지 못해 안달이 났다. 지리산에 있는 고욤 맛이 첫 번째요 두 번째는 오대산의 고욤이며 세 번째는 설악산의 고욤 맛이 으뜸이다.
고욤 맛을 잊지 못한 북쪽 너구리 왕인 김 동무는 휘하 너구리 중에 날렵하고 발빠르며 용맹하고 믿을만한 너구리 12마리를 중무장시켜 내려 보냈다. 중무장이란 망태와 집게를 일컬음인데 너구리 주제에 망태와 집게로 중무장을 했다면 대단한 너구리들이다. 이들을 내려 보내면서 군관 동무는 일장훈시를 했다.
"동무들, 동무들은 우리 북조선너구리공화국의 자랑스러운 혁명 전사들 임매. 기러니 끼니 요리조리 지뢰밭을 잘 피해서리 지리산 고욤을 있는 대로 따 오라우. 길카구 지도자 동지께 드릴 고욤을 길케 처먹고 오는 동무는 깝데기를 홀랑 꼬실라서리 아오지에 박아 넣갔어. 길카구 주머니에 빵빵하게시리 게져 오는 동무는 내레 특별히 봐 주갔어. 덥수 되었네?"
"네 덥수 되었습네다."
"기럼 날래게 출발하라우"
군관 동무는 갑자기 권총을 꺼내 들고는 천장을 향해 탕탕 하고 두 발을 냅다 쐈다. 탄환은 피융하고 튕기더니 군관동무의 책상에 박혔다. 12마리의 너구리들은 기겁을 하고는 토끼듯 출발해야 했다.
“니기미 또라이 간나 시끼. 통딜은 왜 하고 자빠졌네. 구신들은 뭘 먹고 사는거네. 저 또라이 간나 시끼부텀 홀랑 꼬실라서 답사두시지 않구서리. 니미럴 관셈보살”
“내레 저 죵간나 새끼 때문에 뒤지는 줄 알았지비. 간이 덜컹했네. 써글 넘”
“또라이 중에 상 또라이 시끼. 에효”
12마리의 너구리들은 산 넘고 물 건너 3.8선을 넘어 태백산맥으로 발발발 기어 내려왔다. 내려오다 보니 산천에 널린 것이 다 먹을 것인지라, 깨골창에서는 가재와 눈뜨고 잠들어 있는 메기들과 누치들을 마음껏 건져 먹었다.
"봐라 봐라 더게 미라고 써 있는 거네?"
까막눈이 "지뢰밭"이라고 삼각형으로 빨간 글씨로 쓰여 있는 표지를 보고 물었다. 그러나 이걸 어떡하나 죄다 까막눈인 것을...
"길카구 요기로 들어가면 먹을 게 많이 있다는 소리가 아니겠네, 당 간부 종간나들이 도운 것은 더들 처먹을라고 들어가지 말라고 써 있을거라. 샹 종간나 새끼들"
한 녀석이 철조망 사이로 발발발 기어 들어가더니 꿩 둥지를 발견하고는 알을 품고 있던 까투리를 쫓아내고 한 개를 물고 득의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보라우, 내 말이 일케 빛나잖니 사방 턴지에 먹을게 널렸다우. 간나 새끼들"
우르르 몰려 들어가 꿩 둥지를 작살냈다. 밤이며 도토리이며 잣이며 발에 걸리는 것이 죄다 먹을 것이었다.
"보자우, 내래 임무 수행하고 난 뒤에는 온 가족을 몰고 이리로 오갔어. 요기가 지상낙원이디."
"기러자우. 암 기렇구 말구지."
발꼬락에 피가 나도록 기고 기어서 지리산에 도착했다. 그동안에 개에게 쫓긴 것이며 인간 사냥꾼들에게 총 맞아 죽을 뻔 한 일들이며 기타 등등이 많았다. 겨우 임무수행을 마치고 돌아가니 또라이 군관동무의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고욤을 빼고 이것저것 챙겨 넣은 불룩한 주머니들은 죄다 군관동무의 차지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12마리의 너구리들의 머리도 만만치 않았다. 좋은 것은 죄다 땅속에 파묻어두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군관 동무의 이런저런 치하의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녀석들은 최대한 어슬렁거리면서 슬금슬금 걸어갔다. 걸어가면서도 온통 뒤쪽에 신경을 쓰고는 혹시 미행자가 있는가를 확인하며 걸었다. 들켰다가는 또라이 군관동무에게 총 맞아 죽을 것이 뻔했다. 몇 바퀴나 공으로 돌다가 뒤를 따르는 너구리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땅속에 파묻어 두었던 여러 가지를 꺼내 망태에 짊어졌다. 좀 더 밤이 깊어지고 나서야 망태를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 작전은 무려 15일이나 걸린 대 작전이었다. 15일 만에 너구리 부부들은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더구나 빵빵하게 배부른 망태를 본 아내 너구리들은 반색을 하며 남편 너구리를 맞이했다. 순전히 망태 때문에 남편 너구리들은 극진한 대접을 받고 호사했다. 아내 너구리들은 한 번 자빠지고 나야 망태를 쉽게 풀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고 온갖 서비스를 다하는 것이었다. 냄새하며 비죽비죽 튀어 나온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부인 너구리들은 자빠져서도 망태 생각뿐이었다. 요걸 장터에 내다 팔면 얼마, 저걸 팔면 얼마, 벌써 머릿속에서 계산이 끝났다.
“아메 요것이 뭐시오. 요런 게 다 있네.”
“고거이 굠이지 굠, 지도자 동무만 먹을 수 있는 거이다. 님자도 하나 입에 넣어 보라우.”
“아메 아메 기러케 귀한 거이를 다 먹다니, 냠냠”
“보라우. 더 아랫 녁에는 쎄 밀려서. 이거이 다 팔아서리 뜨자우.”
최대한 소리를 낮춰 소곤소곤 입을 맞췄다. 부인들이 팔아 온 짭짤한 수입을 두둑이 챙긴 12마리의 너구리 가족들은 드디어 보름달이 휘엉청 밝은 날에 탈북을 감행했다.
따땃한 남쪽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너구리들의 팔자를 보니 춥고 살벌한 북한 땅에서 살고 싶은 마음은 터럭만큼도 남지 않았다. 12마리의 남편 너구리들이 아이들까지 뒤에 붙이고 움직이니 마치 피난살이를 떠나는 몰골이었다. 부인들은 꿈에 부풀어 빨리 가자고 성화를 부린다. 초소를 피해 할금할금 걸어 마침내 DMZ에 무사히 도달했다. 혹시나 하여 재빨리 지뢰밭으로 들어가 숨었다. 아니나 다를까. 북한 너구리 병사들이 수색을 하느라 정신없이 조명탄을 쏴 대고 발광을 떨었다. 지뢰밭 깊숙이 들어왔다. 여기에서 조금 더 가면 전기가 흐르는 철조망이 있다. 하지만 땅파기 도사인 이들에게 전기가 흐르는 철조망 따위는 문제도 아니었다. 이미 아오지 탄광에서 굴파기로 명성을 떨친 너구리들이었다. 후다닥 파고는 가족들을 몽땅 이끌고 남한 땅으로 넘어왔다.
남한 땅으로 넘어온 너구리들은 철조망을 보며 침을 퉤퉤퉤 하고 세 번을 뱉고 발바닥으로 땅을 세 번씩 굴렀다. 갓난쟁이를 업은 엄마 너구리는 등에 업힌 갓난쟁이를 위해 한 번 더 해야 했다. 이것으로 김 동무와 이별 예식이 끝났다. 침을 퉤퉤퉤 하고 세 번 뱉은 것은 다시는 안 돌아간다는 결단이었다. 스모 선수가 발로 땅을 다지 듯 세 번 구른 것은 “김 동무 꿈에도 나타나지 마시오. 나타나면 주댕이를 밟아 버릴 것이요” 라는 뜻이다. 발을 구르는 간격은 3/4 박자인데 달구질을 하듯 딴딴하게 밟고 종아리 힘으로 지그시 눌렀다. 땅에 발도장을 찍는 경건한 너구리 예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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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신80회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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