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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안형식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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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06-06-02 (금) 2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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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0 ㆍ조회: 1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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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IP: 61.xxx.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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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
만년필
설렁탕 맛은 잘 우려낸 사골국물의 감칠맛에
맛깔스런 깍두기 맛에
전통과 연륜의 손맛이 있어야지.
제 아무리 컴퓨터 시대라고 해도 글은 만년필로 써야 제 맛이 나와
비록 필체가 유려하지 못하고 투박해도
춤을 추는 난필이라고 해도
만년필로 써야 뒷맛이 깔끔한 글이 나오는게지.
슬며시 퍼지는 듯 마는 듯 종이 위에서 미끄러지며 촉이 지나간 자리에
하나 둘 채워지는 단어들이 모여 문장이 만들어지는데
단어 하나가 머릿속에 담겨 있는 제 동무들을 불러와서
동사가 되고 형용사가 되고 조사가 되면서 문장을 이루는 맛이 즐겁다.
샘의 곶에서 퐁퐁 솟아 나오는 물이
줄기를 이루고 갈래를 만들어
다시 합쳐 강이 되고 바다를 이루듯
작은 만년필 끝에서 흘러나온 잉크의 세월이 제 흔적 따라
고전의 시내가 되고 급하게 몰아쳐 흐르더니
16세기 르네상스의 격랑이 되어
중세의 잃어버린 휴머니티를 솟구쳐 올렸다.
끊임없이 감동의 샘물을 역사에 흘려주니
웅변은 호소로 호소는 감명으로 새 역사를 일구어냈구나.
문학으로 음악으로 사상으로 갈래를 이루더니
어느덧 작품의 바다가 되어 감동이라는 고기를 내어 주어
굶주린 어부들을 먹이고 그 영혼을 살찌웠다.
좋은 만년필이 생겼다.
세밀하게 음각되어 있는 표면에는 공들여 세공한 흔적이 역력하고
보기만 해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꺼내서 손에 잡으면 뽀드득 소리가 나며 힘 있게 쥐어지는 것이
글을 안 쓰고는 못 배기겠는지라 대꾸 글을 쓰다 보면
어느새 새벽이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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