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작성자 안형식목사
작성일 2009-05-20 (수) 15:55
ㆍ추천: 0  ㆍ조회: 3175      
IP: 61.xxx.15
12탄 세상의 종말이 와도 나는 사과나무를 심겠다

“여보, 릴케가 내일 세상의 종말이 와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다는 멋진 시를 남겼잖아. 청와대에서도 그런 말을 했다는구먼. 북한이 로켓을 쏴도 나는 나무를 심는다. 멋지지 않소?”

남편 안경 씨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호수 씨는 뭔가 조금 어긋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보, 우리 주부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못해요. 북한의 김 동무가 로켓을 쏘아 올리는데 멋 부릴 것은 아니라고 봐요.”

호수 씨는 일단 안경 씨의 말에 대답을 하면서 한쪽으로는 머리를 굴렸다. 뭐시가 좀 잘 못 되기는 했는데 그게 생각이 퍼뜩하고 나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가니 이노무 머리통도 고물이 되어 가는지 가끔씩 치매현상 비스무리한 것이 나타난단 말이지. 건망증 같은 것이야 옛날에도 있었지. 요즘은 그런 종류와 근본적으로 다른 뭐시기야. 갑자기 친구 너구리의 이름을 말하려다가 생각이 안 난다거나 집 전화번호가 생각이 안 난다거나 하는 아주 고급스런 건망증이 나타난단 말이야. 고급스런 건망증이란 고치는데 돈이 엄청 들어갈 것 같은 건망증이라는 이야기지.

호수 씨는 말을 하면서도 릴케의 시를 떠 올렸다. 릴케의 “가을”이 떠올랐다. 요건 아니다. 그러면 사과나무는 누구 말이지. 덜그럭 삐거덕거리며 돌아가던 뇌가 아직 구리스가 안 마른 부분에 도착했는지 번쩍하고 떠오른다.

“여보, 당신 릴케의 시라고 했는데 고거 스피노자가 한 말이야요.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온다고 할지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이렇게 말한 사람은 스피노자야요.”

“험험, 그래, 스피노자야. 내가 워낙 릴케를 좋아하다 보니까 릴케가 떠오르는 구먼. 헛헛헛”

안경 씨가 민망하야 일벙 헛기침이 나오며 얼굴이 홧홧해진다. 호수 씨는 득의한 표정으로 기분이 냠냠해진다. 그러고 보면 나도 속에 벌레를 키우고 있는가 봐. 남편을 묵 만들어 놓으니 고소한 것을 보니께. 안경 씨는 그까짓 것 정도는 모른 척 하고 지나가주지 그걸 발고하느냐 까칠한 너구리야. 하는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말했다.

“그런데 안보회의를 지하벙커에서 해야 했나? 닝기미, 우덜은 죄다 죽어도 지들은 지하벙커에서 다 살아남겠다. 이런 잔머리 아닌가? 영 입맛이 구리단 말이지.”

“여보도 참, 너구리가 땅 타고 굴속에 들어가서 회의를 하는 것이 마땅하지, 너구리가 공중에서 회의를 해야겠어요.”

“하긴 너구리들이니께.”

하지만 영 불만스럽다. 그럼 지상에 있는 너구리들은 로켓이 잘 못 되어 펑하고 터지면 죄다 죽으라는 것이냐. 이런 생각에 나랏님이 괘씸해졌다. 하긴 5년 짜리 나랏님이 임기만 대충 때우고 평생 연금 받으며 살면 되지. 평소에도 소나기는 피하면 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 나랏님인데 그 양반에게 뭐를 기대하겠나 싶은 생각이 난다. 하늘은 우중충한 회색빛에다가 날씨마저 꾸물거린다. 이런 날은 지갑 조심해야 하고 건널목 건널 때에 좌우를 정확히 살펴보아야 하고 굼뜨다는 말을 듣더라도 주변을 자세히 살핀 후에 행동을 차분하게 해야 한다. 멍 때리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 컨디션이기 때문이지.

“여보, 대체 북한에서는 왜 로켓을 쏴 대는 것일까요? 무슨 정신으로 쏴 대는지 알 수가 없어요.”

호수 씨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답이 안 나온다는 표정이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해대는 행위에 대해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나는 말이오. 북한이 뭘 하는 것보다 그런 북한을 지원해 주지 못해 안달을 하는 너구리들을 이해하지 못하오.”

“요즘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장바구니에 뭐를 담았나 세어 볼 수도 없을 지경이에요. 10만원으로 장바구니에 몇 개 넣으면 없어요. 파 한 단에 3000원이고 무 한 개에 2000원이고 배추 한 포기에 1500원이에요. 삼겹살 한 근에 만원이나 한다구요.”

“뭬야? 삼겹살 한 근에 만원? 그럼 모가지 살로 먹으면 되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에서 무언가가 부글부글 소리를 내며 끓어오른다.

“닝기미, 귀신 놈들은 죄다 뭐를 먹고 사는 거야. 청와대에 살진 너구리들 죄다 놔두고 피죽도 못 먹으면서 농약 마신 너구리나 연탄가스 먹고 자살한 너구리들만 잡아먹으니 말이야. 한 놈을 먹더라도 올바른 놈을 먹어야지. 요즘 귀신 놈들은 죄다 틀니를 끼고 다니나 젊은 너구리들만 쳐 먹게. 좀 질깃한 것들이 씹는 맛도 나고 꼬술 것인데 말이야. 에이 서팔”

삼겹살 값이 만원이라는데 그만 안경 씨의 맛이 갔다. 조금 전만 해도 멋있게 보이던 “김 동무가 로켓을 쏴도 나는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말이 슬슬 비위짱을 뒤집기 시작했다. 일단 기분부터 슬슬 구려지기 시작하더니 청와대 쪽을 꼬려보게 되면서 어깃장을 부리고 싶은 심술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하긴 강남 놈들이 강북 인들을 워낙 개똥같이 보고 있는 터수에 강남 놈들에게 죽어라 표를 찍어 준 것이 후회가 되는 것이다. 그 놈들이 웰빙이 어떻고 저떻고 하면서 똥을 준 푸성귀를 겁나는 값으로 사 처먹기 시작하면서 채소값이 다락같이 올랐다. 유기농이니 뭐니 다 그게 똥을 주는 것이지 비료를 주는 것이더냐. 시골 할머니들이 텃밭에 요강을 들고 나가서 오줌을 찌끄려주고 키운 상추이며 쑥갓이며 등등이 웰빙이라는 이름으로 겁나는 값에 팔리는 것을 보면 욕지기가 날판이다.

“그래 우리는 농약주고 비료 준 채소를 먹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먹던 푸성귀가 너희 부자 놈들이 먹는 채소라는 거다. 그래 그거 먹으니 똥이 잘 나오냐? 썩을 것들. 지랄하고 자빠졌네.”

욕이라도 하고 나니 속이 시원해졌다. 시원해진 기분으로 휘휘 사방을 둘러보다가 퍼뜩하고 머리에 꽂히는 생각이 일어났다. 요즘 뇽이 녀석의 꼬달머리를 못 본지 좀 되었다.

“여보 요즘 뇽이 녀석 꼬달머리를 못 보겠는데 녀석이 요즘 뭐하고 사는지 아오?"

"뇽이가 정신을 차렸는지 가끔 꽁깽이네 집에서 공부한다고 밤을 새고 오는 날도 있더라구요. 며칠 전에는 얼마나 빡쌔게 공부를 했는지 코피를 다 흘리더라니까요. 그러니 뇽이 걱정은 하지 마시고 당신 스테미나나 거정하세요. 다리는 요래요래 해가지고..... 쩌업”

“뭬야 이야기가 왜 그쪽으로 가는 거야? 아무래도 저녁에 수영을 다니던지 해야 할까 봐. 생각은 하면서도 실천이 영 안 되네.”

“수영할 생각이 있으면 나하고 같이 공원을 한 바퀴 뺑 도는 것으로 합시다. 걷는 운동이 최고래요. 수영장 비도 절약되고 말이에요.”

가끔 밤중에 밖에 나가면 부부가 운동복을 입고 그것도 운동이라고 열심히 팔을 머리까지 치켜 올리며 걷는 모습을 보곤 했다. 그 꼴을 보면 과거에 제식훈련을 했던 군대시절이 생각이 나곤 해서 피식하고 웃곤 했다. 저게 무슨 운동이야 운동이란 적어도 구보 정도는 해야 운동이지. 운동이라는 것이 땀이 나도록 해야 운동이 되지 땀도 안 나는 것은 운동 효과도 없을 뿐 아니라 시간 낭비 밖에 안 된다는 철칙을 가지고 있는 안경 씨는 호수 씨가 걷기 운동을 하자고 하는 바람에 김이 새고 말았다. 걷는 운동이란 할머니 할아버지가 관절염이나 신경통에 치료가 되라고 하는 일종의 재활훈련 아닌가. 어쨌든 뇽이 녀석이 정신을 차리고 공부를 하고 있다는 말에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그런데 잠시 후에 무언가가 껄쩍한 것이 상쾌하지 못하다는데 신경이 쓰였다. 개꼬리 3년 묵힌다고 해서 황모가 되는 법 아니다. 자기 자신이 낳은 자식인데 아무래도 남이 뇽이를 생각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이 녀석이 바람이 났다거나 등등이지 개과천선을 한 것도 아닌데 공부에 정신을 팔 녀석은 아니다. 자신의 학창시절을 생각해 보면 답이 딱하고 나오지 않느냐.

“여보 혹시 모르니 뇽이 녀석이 정말로 공부를 하는 것인지 알아 볼 필요가 있어요. 당신이 잘 체크를 해 봐요.”

그제야 호수 씨도 뇽이가 성적표를 안 가지고 오는 것이며 학교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하는 것이며 등수가 올랐나 내렸다 하는 말도 사라졌다는 점이 생각났다.  남자라는 짐승은 뒷생각은 안 하고 당시의 상황만 모면하려는 특성을 가진 짐승들이다.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 무언가 구린 냄새가 난다. 몇 개월 전부터 이 녀석이 일주일에 두 세 번은 꽁깽이 집에서 자고 온단 말이지. 그렇다면?

“꽁깽아, 요즘 공부는 잘 되니?”

“아 그럭저럭이요. 저는 공부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

“그래애? 그럼 뭐에 관심이 있니?”

“저는 빨리 졸업하고 결혼해서 장사를 해서 돈을 버는 데 관심이 있어요. 담임선생님에게도 그리 말해 두었어요.”

“그럼 부모님도 네가 그렇게 계획하고 있는 줄 아시는거야?

“아니요. 우리 부모님에게는 이렇게 말 안 했어요. 선생님하고 어머니께만 드리는 말씀이에요. 나중에 장사를 할 때 어머니가 좀 도와 주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해서 말씀 드리는 거에요.”

“그렇구나. 그럼 결혼할 여자는 있구?”

호수 씨의 눈꼬리가 슬며시 치켜 올라가며 꽁깽이의 표정을 훑었다. 꽁깽이는 요즘 나굴이 친구와 얽혀져서 잘 지내고 있는 중이다. 그녀를 생각만 해도 흐뭇하고 좋다. 호수 씨는 꽁깽이의 표정에서 어떤 여학생인지를 생각하며 꿈을 꾸는 것과 같은 표정으로 입이 째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그렇다면 이 공식을 뇽이 녀석에게 적용하면 꽁깽이와 뇽이가 각각의 여학생과 놀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호수 씨는 꽁깽이를 코너에 몰아 붙였다.

“어떤 여학생이니? 꽁깽아 너도 좋아하고 여학생도 좋아 하는 거야? 결혼 약속도 받았구?

“물론이지요. 저 보다도 그애가 나를 더 좋아해요. 학교만 졸업하면 결혼하기로 약속해 두었어요.”

“그랬구나. 꽁깽이가 인기가 많은 모양이구나. 그래 어떻게 사귀게 되었니?”

“어머니 제가요.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있으면 여학생들이 죄다 몰려들어서 귀찮을 정도에요. 여학생들에게는 인기 짱이지요.”

“어머 어머 대단하겠다. 그럼 우리 뇽이도 스케이트보드를 잘 타니까 뇽이도 인기가 짱이겠구나. 그래 누구 인기가 더 많니?”

꽁깽이는 자신의 접시에 피자를 한 조각 더 담으면서 씨익 썩소를 날렸다. 뇽이 정도는 자신에게 째비도 안 된다는 표정이다.

“뇽이도 잘 타지요. 하지만 뇽이가 사귀고 있는 여대생은 제가 더 잘 탄다고 하더라구요. 물론 제 여친도 그렇게 말하구요.”

“그래? 뇽이가 여대생을 사귀고 있어? 그 여대생하고는 언제부터 사귀었니?”

이미 호수 씨의 눈꼬리가 찢어질 대로 찢어져 있었다. 대단한 배신감이 몰려온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하지 말라는 여학생과 사귀고 있어? 그것도 여대생하고? 그렇다면 벌써 볼짱을 다 봤다는 말이 아닌가. 이것들 봐라. 호수 씨는 꽁깽이가 먹고 있던 피자를 뺏어 얼굴에 쳐 바르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꽁깽이를 얼러댔다. 꽁깽이는 아차 했지만 나올 말이 다 나온 이상 빼도 박을 수도 없어 호수 씨가 물어 보는 대로 대답해야만 했다. 문제는 뭉치이다. 뭉치녀석이 알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후환이 두렵다. 경험에 의하면 이런 경우에는 빨리 뭉치에게 이실직고를 해서 한 대 얻어터지는 편이 낫다. 괜히 모르는 척 했다가는 후환이 생긴다. 꽁깽이는 호수 씨에게 바쁜 일이 있어서 빨리 가야 한다는 핑계를 대고는 그 길로 뭉치에게 달려가서 이실직고를 하고 말았다.

“뭐야? 우리 엄마한테 뇬뇬이 예기를 했어? 아이고 이 등신아 그걸 예기하면 내가 살아남겠냐? 에라 이”

당장에 주먹이 올라왔다. 꽁깽이는 자신이 한 일이 있어 눈앞이 번쩍하도록 얻어 터졌지만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사내대장부로서 비밀을 누설한 자는 뒤지게 맞아도 싼 법이다. 뭉치는 주먹을 한 방 날리고 나서 대책을 생각하느라고 머리를 감싸쥐고 꺄오꺄오 하며 울부짖고 있다.

“얌마 이왕 이렇게 된 거. 이실직고를 하는 게 어쩌냐? 학교 졸업하면 너랑 나랑 합동결혼식을 하면 되지.”

“이게 매를 벌어 매를, 이 상 등신아. 지금 그걸 위로라고 하냐? 너 우리 엄마가 화나면 진공청소기 대로 죽을만큼 패는 거 알어? 몰라?”

“몰라”

“이 시끼야 이런 것은 대답 안 해도 되는 거야. 누구 염장지르냐?”

꽁깽이의 눈에 불이 번쩍했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쫒겨 나면 꽁깽이 네 집밖에 갈 데가 없는 뭉치 입장에서는 무턱대고 주먹만 날릴 일이 아니다. 끙끙 거리며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어느 덧 해가 저물었다. 이제는 배가 고파서라도 집에 가야 할 판이다. 뭉치는 꽁깽이에게 이 일에 대한 책임은 어디까지나 비밀을 누설한 꽁깽이에게 있음을 확실히 해 두고 만약 자신이 쫓겨나면 꽁깽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선에서 타협을 보았다. 쫓겨나면 꽁깽이네 집에서 당분간 신세를 져야 한다는 뜻이다. 꽁깽이는 자신이 한 일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응낙을 해야 했다. 꽁깽이는 씨벌 쓰벌하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뭉치는 고양이 걸음으로 현관문을 살짝 열고는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거실 한쪽에 방석을 가져다 놓고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머리끝까지 치켜 올렸다. 그 때였다.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호수 씨가 이번에는 진공 청소기의 구불구불한 호스부분으로 냅다 등짝을 후려 갈겼다. 뭉치는 한 펀치에 벌러덩 자빠지면서 등을 벽에 안 붙였던 자신의 우매함을 탓하며 비명을 질렀다.

“아이고 어머니 잘 못 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이 놈아 한 번이고 나발이고 지금 이게 빈다고 끝날 일이야?”

퍽퍽, 두 번이나 모질게 맞았다. 뭉치는 바닥까지 기면서 한 번만 용서해 달라고 빌어댔다. 그 사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는지 호수 씨가 그 무거운 진공 청소기 호스를 내려놓고 뭉치 앞으로 잉잉 쳐들어 와서 코앞에서 주먹으로 이리저리 콕콕 쥐어박았다.

“어떻게 된 일인지 하나도 빠짐없이 낱낱이 불어”

“네. 어머니.”

앞은 이렇고 뒤는 저렇고 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동안 이미 호수 씨는 자초지종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훤히 꿰어 뚫었다. 기가 막힌 부분에서는 어김없이 주먹으로 쥐어박았다. 뭉치는 이야기를 하다가 아차 싶은 부분에는 정통으로 명치 부분에 작열하는 뜨거운 맛을 보아야 했다. 호수 씨의 특기인 가운데 손가락세움 주먹 세례는 찍힌 데만 또 찍는 호수 씨의 필살기였다.

“알았다. 하긴 네 잘 못도 아니구나.”

호수 씨는 다리를 쭉 펴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렇다면 잘 못도 없이 지금까지 뒤지게 맞았다는 뜻이 아닌가. 뭉치는 지금까지 맞은 것이 억울해졌다.

“그래, 네 생각은 어떠냐? 그 아가씨와 결혼까지 갈거냐?”

“저는 아직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 애 아버지가 경찰서장이래요. 결혼 안 하면 감옥에 갈지도 몰라요.”

“뭐야? 코빨개 씨? 그 코 빨간 너구리가 그 애 아버지래? 닝기미. 너는 어떻게 된게 그런 애와 사겼어?”

뭉치는 이제 다 끝난 것이구나 하고 방심하고 있다가 명치를 한 방 맞아 허억 소리를 내며 눈앞이 아찔해졌다.

“그럼 어떡해요. 눈을 떠 보니 그 여자인 걸.”

“이 눔아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눈을 떠서 얼굴은 확인해 보고 해도 해야 할 것 아니냐. 이 눔아”

호수 씨는 홧김에 말을 냈지만 아차차 싶었다. 아들에게 할 말은 아닌 듯 싶어서였다. 그것도 이제 고등학생인 아들인데 말이지.

“어쨋든 그 애가 상견례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단 말이지?”

“네, 엄마”

“그래 알았다. 아이고 네 아빠에게는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냐. 에라 이 눔아”

호수 씨는 골칫덩어리 뇽이의 상판때기를 보기만 해도 열불이 터진다는 표정으로 또 한 방을 앵겼다. 뭉치는 그 동안 기습에 대비하여 잔뜩 긴장을 하고 있다가 긴장을 풀었는데 바로 그 때에 날아 온 가운데 손가락 세움 주먹에 또 한 번 찍히고 말았다. 호수 씨는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세상에 종말이 와도 사과나무를 심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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