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년에 꾸는 갑절의 꿈
모년에 꾸는 갑절의 꿈
하나 더 남았습니다.
아직 절망하기에는 이릅니다.
서글퍼 해도 좋아요.
서러워해도 좋아요.
하지만 절망은 아직 이릅니다.
하나 더 남았습니다.
삶이 현재를 속이고 미래의 꿈을 앗아갔다고 해도
아직 하나 더 남은 것이 있습니다.
비록 한 번 더 속는다고 해도 좋은 겁니다.
야멸치게 돌아서 버린 운명의 싸늘함 앞에서
폭포수처럼 눈물을 쏟았다고 해도,
가슴에 얼음장같은 비수가 꽂혀 있다고 해도,
그 상처로 죽을 것만 같다고 해도,
숨을 쉬는 것조차 사치스럽다고 여겨져도,
눈물 한 방울도 감당 못할 재가 되어 있다고 해도,
아직 하나 더 남아 있습니다.
긴 겨울이 지나고 초록의 옷을 입고 나면
긴 겨울을 덮었던 눈더미들도
눈물을 흘리며 시간의 서쪽으로 물러가 버리곤
다시는 생각나지 않을 것을...
아직 하나 더 남았습니다.
모년에 꾸는 갑절의 꿈이
아직 새파란 눈을 뜨고
그대의 역사 앞에 찬란한 빛으로 다가올
채비를 끝낸
아직 하나가 남아 있습니다.
해는 여전히 동쪽에서 떠오르고
그대와 나의 눈은 아직 덮이지 않았습니다.
|
총신80회동문 
전체보기
sunn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