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 잊으랴 어찌 우리 그날을…

누나! 누나!

주방 식탁에서 아침 먹고 나갔던 아동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누나! 누나! …
잠시 생각하길 녀석이 화장실에서 큰일 보고 닦아 달라고 소리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이내 생각이 들어오길 꼬마 녀석의 외침은 누구를 부르는 호격이 아니라 감탄사였던 것이다. 그 감탄사란 눈 와! 눈 와! …

어제 밤사이에 이곳 완주를 위시한 호남지방에 첫눈이 왔다. 새벽에 일어나 밖을 보니 앞집 지붕에 새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아! 밤새 눈이 왔구나 하고서 아침 활동이 시작했다.

두 방에 나누어 자고 있는 아이들 깨워 이불 개어라~, 세수 하거라~, 그리곤 나는 아침먹일 준비로 바쁘게 움직였다. 내가 할 일은 끓여놓은 국을 가스랜지 이용해 대피고, 냉장고에 반찬 꺼내어 식탁에 차려놓고, 밥통에 있는 밥 아이들 숫자에 맡게 밥그릇에 담아둔다. 이것들을 5명 아동숫자에 맡게 식탁에 배열하고 계란후라이 맹글 달걀 준비해 놓고 아이들을 다시 다그친다. 빨리 하라고…

오늘 아침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6살짜리 아동이 제일 먼저 먹었다. 그리곤 이 닦으러 저희들 방 화장실에 갔던 것이다. 그랬는데 좀 있다가 누나! 누나! 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아직 어린애라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유리창 너머로 내리는 눈을 보고 눈 와! 눈 와! 라고 하며 감탄해서 소리치는 이 아이의 외침을 누나! 누나! 라고 듣게 된 것이다. 2008년 12월 5일 금요일, 눈다운 첫눈이 온 것이다.

첫눈이 내리면 나는 즉각적으로 1995년 12월 7일을 생각하게 된다. 만13년 전 첫눈 내린 날 나의 운명 바꾼 교통사고… 충남 신도안 정부청사에서 대전으로 빠지는 고개 마루턱~, 3군 사령부 군 초소 전방 100m 지점이었다. 오후 늦게 그 고갯길 넘어가다가 빙판길에 미끄러진 자동차가 배수로에 빠져버렸던 것이다. 그래 하차하여 그 차 앞에서 이웃교회 목사님께 사고 상황을 설명하는데, 뒤에 오던 차가 나와 같이 미끄러지면서 내 차를 들이받아 버렸다. 그러자 내 차가 받히면서 그 앞에 있는 나를 받아 버린 것이다. 그 충격에 나는 배수로에 내 팽겨지게 되었으며 그 배수로를 차가 덮으면서 상황이 끝난 것이다.

의식불명 된 나는 대전을지병원으로 후송되었고 한 달 반 뒤에 전주 예수병원으로 이송되었다고 한다. 예수병원에 이송된 후 보름 만에 정신 차리게 되었고 그 후 치료에 치료 계속하다가 중증장애인이 되어 휠체어에 태워져 퇴원하였다.

질풍노도와 같은 세월의 야속함 속에서 나는 사고 이듬해부터 목회 은퇴한 야인 되었고 지금은 사회복지사가 되어 사회사업 일선에서 사명 다하고 있다. 주업은 완주 고산에 아동청소년그룹홈 [사랑이 가득한 집], 부업으로 익산 팔봉에 [사랑가득 재가장기요양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오늘 아침 완주 고산 [사랑이 가득한 집]에서 밤새 내린 첫눈을 보고 한 아동이 소리친 소리를 주제삼아 글 쓰며 13년 전 그날을 생각해 봤다. 오늘이 교통사고 후 만 13년 넘어가는 첫눈이 온 날인 것이다. 아~, 아~, 잊으랴 어찌 우리 그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