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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별자리
ㆍ작성일	2002-01-24 (목)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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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털을 쥐어 뜯으며 하는 넋두리
제 목 머리털을 쥐어 뜯으며 하는 넋두리 (2001-01-17)
글쓴이 안형식(reverend1@pastor.hosanna.net)
조 회 46 추 천 0

온 사위가 다 동면에 들어가
차 한 잔 하자고 해도 다 털레 털레 내빼는 며칠 동안
우리는 사랑하는 어머니를 하늘 아버지께 배웅해 보내고
허전하며 쓸쓸해 하며 외로워하는 갸녀린 열매님에게
쓴 커피 한 잔 하자고 하지 못했다.

사랑하는 동생을 삼베쪼가리에 둘둘 말아 양지 바른 곳에 뭍고 온 날,
나는 기어이 비죽거리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이불 속에 들어가 숨을 조이며 울었었다.

녀석은 늘 외토리였다. 4남 1녀의 장남인 나는 바로 아래 여 동생과 함께 국민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녀석은 바로 아래 동생이었다. 그 아래 동생은 너무나 어려서 간신히 장사하는 어머니를 졸래 졸래 따라 다니며 어머니의 젖을 먹었고, 녀석은 이래 저래 갈 곳이 없어서
집안에서 뒹굴 뒹굴하며 학교에서 돌아 오는 누나와 형을 애타게 기다리며 놀았다.

어느날 그예 형아 형아하며 학교까지 따라온 녀석을 나는 학교에 데리고 들어 갈 수가 없어 운동장에서 놀라고 하고는 수업을 받았다. 머리를 숙이고 금방 눈물을 떨어뜨릴 것처럼 눈물을 머금고 있는 녀석을 뒤로 하고 수업을 받았다.

둘째 시간이 지나고 나서 운동장에 달려 가서 보니 녀석은 아무데도 없었고 나는 녀석이 지쳐서 집으로 들어 간 줄 알았다.

수업을 마치고 신주머니를 풍차 돌리듯 돌리며 집으로 돌아 온 나는 동생이 없다는 사실에 어머니가 데리고 갔겠거니 했고 돌아온 어머니를 통하여 아직 집으로 돌아 오지 않은 녀석의 행방에 화들짝 놀랐다.

이 짱구 녀석 오기만 해봐라 이 바보 똥개같은 녀석 오기만 해봐라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놀라서 이리 저리 녀석을 찾아 헤메는 동안에 녀석 보다 더 어린 4째 동생을 등에 업고 아는 욕을 다 해대며 녀석에게 증오심을 키우고 있었다. 녀석의 별명은 짱구였고 자신의 머리 무게를 이기지 못하던 바보 똥개같은 녀석이었다

저녁이 지나가고 한 밤이 되어 마침내 동생은 코와 눈물에 범벅이 되어 어머니의 손길에 끌려 들어 왔다. 그리곤 내 얼굴을 보며 형아 형아하고 울었다. 얼마나 기다렸으면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녀석은 췌장암 선고를 받고 난 다음, 나에게 서울에 아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싶다고 알아 봐 달라고 했다. 마침 내가 전에 있던 교회의 집사님으로 피부과 전문의로 수고하던 집사님이 서울 중앙병원에 근무하고 있었고...

녀석은 그예 수술을 했다. 13시간에 걸친 대 수술을... 나는 녀석을 수술대 위에 보내 놓구 그 시간에 기도하면서 아릿한 그 시절을 회상하며 회개하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녀석은 혼자 떨어져서 지내는 시간이 많더니 울산 현대 자동차에 취직을 하여 울산으로 훌쩍 떠나 버렸다. 휴가 때만 되면 그 어려운 형편에두 형님 꼭 내려 오셔요. 내려 오시면 제가 이리 저리 할께요. 하며 늘 나를 챙겼고 녀석의 가슴 속에서는 늘 내 자리가 있었다.

수술을 마치고 아산 현대 자동차 부근에 있는 녀석의 집으로 퇴원을 했고 녀석은 나를 바라 보며 눈물을 그렁 그렁하며 애원하였다. "형님 교회로 가서 뵙는 것은 뵙는 것이구 형님 힘들지만 사흘에 한 번은 꼭 내려와 주셔요. 내가 형님 기도 받지 못하면 힘빠져서 못살겠어요. 형님 나 형님 보고 싶어요. 매일..."

녀석이 하나님께 부름을 받는 그 순간 나는 녀석의 손을 잡고 하나님께 예수님께 성령 하나님께 녀석의 영혼을 부탁드렸다. 자는 모습이 얼마나 평안하던지...

녀석을 양지 바른 곳에 뭍고 내려 오던날, 나는 경부 고속도로를 타면서 반대편 차선을 힘주어 바라 보았다. 아산에 있던 녀석을 찾아 갈 때, 나는 갈 때 마다 항상 텅 빈 운동장을 떠 올렸었다. 그 일은 내게 녀석에게 갚을 수 없는 빚이었고 내 어린 날의 참을 수 없는 아픔이었다.

열매님 어머니 빈소를 다녀 오던 날, 동행했던 님들을 내려 놓구 집으로 돌아 와 나는 그예 녀석이 녹번동에 있는 자그만 파출소에서 얼마나 놀라고 슬프고 두려워 했는지를 떠 올리며 몸살을 앓았다.

텅빈 운동장 한 구석에서... 녀석은 수위가 나가라는 말에 놀라서 나가 정처없이 알지도 못하는 집을 향해 하늘이 무너진 길을 걸어가며 형아를 불렀다. 그 무거운 머리를 비척거리면서...

사랑하는 조은열매님 이제는 고만 어머니를 놓아 드리셔요.

샬롬 별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