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고구마 한 봉지]
얼음은 서릿발 위를 걸어 문고리에 매어달렸다.
눈은 하늘에서 내려와 코끝에서 맴돌고
삭풍이 이는 골목길에는 낙엽이 휘어감겨 오른다.
매캐한 연탄이 타는 내음은 아랫목의 담북장을 익히고
신혼부부가 잠든 창가에는 빨간전등불이 새어나온다.
봉지하나 가득 군고구마를 담고
대포 한잔에 불콰해진 취객의 발걸음은
열린 나무대문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아랫목에 옹기종기 발을 뭉치고 있던
5남매는 아버지 손에 들린 군고구마 봉지에
눈이 몰리고 가슴이 따뜻해온다.
눈을 살짝 흘기며 잔소리를 하려던 아내는
아이들의 귀에 걸린 기쁨의 환호와
그리 멀지 않게 느껴지던 어느 겨울날
영화를 함께 보고 벙어리 장갑 손에
한 봉지 가득 담아 들려주던 병태씨의 헤아림에
꽁꽁 여미었던 가슴을 풀어 내곤
어느 고운 날에
전봇대 아래에서
살며시 입맞춤을 하더니
따뜻한 봄날에 병태씨의 아내가 되었다.
새삼 그 날이 생각나 가슴이 두근거리며
얼굴이 빨개진다.
쫑긋했던 입술에는 병태씨와 첫입맞춤을 했던
아찔함이 새롭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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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신80회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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