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아빠
어떻게 딸아이를 머나먼 땅으로 떠나보내고
해바라기하며 살 수 있었던가요.
떠나는 아이를 위해 한쪽 가슴을 도려내 딸의 손에 쥐어주고
나머지 한쪽 가슴은 딸아이 수발을 위해 떠나는
아내의 손에 들려 보내놓고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공을 바라보았을까요.
낮게 떠가는 비행기의 그림자만 보아도 가슴이 설레이고
비행기 트랩만 보아도 허물어지고 말았을......
텅 빈 공간으로 남은 아이의 자리를 보면 잘 못해준 것만 생각이 나서
서글프고
이제 더해줄 것도 남아 있지 않다는 생각이 미칠 즈음이면,
어느덧 무릎에 힘이 빠져 비틀거리는 속이 허한 아버지인 것을......
먼저 떠난 이여
그대 훨훨 허공을 날아 그 애의 얼굴이라도 보았더이까.
아주 쬐고만 발에 앙증맞은 발가락 다섯 개,
두 손가락으로 쥐면 혹시 아파할까 봐
아이의 눈치를 보며 깃털을 잡듯 그렇게 공을 들여 잡아보곤
가슴에 파랑이 일며 두 방망이질 치는 감동으로 벅찼던 때를,
아이는 알아줄까요.
아내가 담가 놓은 빨래더미에서
아이의 양말과 내 양말이 함께 섞여 있을 때에
그예 지나치지 못하고 기어이 내 양말을 꺼내 놓고
아이의 양말은 순한 가루비누에 담긴 채로,
내 양말은 양잿물기가 많은 빨래 비누로 벅벅 문질러 빨면서
그제야 마음이 놓이던 것을,
그 아이는 알까요.
제 어미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깨어난 어린 것이
배가 고프다고 보챌 제,
사위를 휘휘 둘러 보다가
아비의 되지도 않는 젖꼭지를 물리며 공갈젖꼭지를 대신해 주던,
문득 내 젖꼭지에서도 젖이 나왔으면 하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아이의 눈을 맞추며 미안해했던 아비의 마음을
그 아이는 알았을까요.
목울대를 넘어 비릿하게 퍼지는 슬픔은
비단 양쪽 가슴을 떼어준 채로 시름시름 세월을 앓다가
마침내 무릎이 풀려버린 그대를 보는 아픔보다,
두고 가는 아이가 너무 슬퍼할까봐 걱정이 되어
차마 눈을 감지 못하고 있는
그대의 두 눈에 배어있는 염려 때문이외다.
(사망한지 일주일이나 지나 발견되었다는 기러기 아빠에 대한 뉴스를 보고 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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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신80회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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