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하나
/그리움 하나/ 2005. 4. 21
언제,
나,
그 길을 떠나
끄트머리 없는 그 길로
소리도 없고 징조도 없는
야트막한 구릉 저 너머로
실날같이 흐려지는 기억의 편린에
또렷한 눈망울이 동공에 찍혀 있는
그대를 볼 수 있을까나
이제 다시 기나긴 세월의 겨울잠 속으로
꿈속에서도 잡혀지지 않는
고운 손에 빛나는 가락지 하나 끼워주고
꿈이라 말하며
소리없이 잦아드는
가녀린 숨결에도
자꾸만 깨어나 저편을 바라보는
익숙지 못한 몸동작으로
꿈이런가.
자그만 시내에 졸졸 흘러내려가는 상념의 여울물에
작고 어여쁜 손 내어 움킨 시린 물은 손가락 사이로 스러지고
고운 아미에 적셔진 서럽디 서러운 한 웅큼의 물에
하늘을 향하여 환하게 웃던 아미가 너른
그대는
까아만 보석을 박아 넣었던가.
오닉스처럼 단단한 까만 보석 두개가
저 먼 기억 속에서 반짝이고 있다.
보고픔이다.
그리움에 가슴이 저린
그대 보고픔에 열병을 앓으며
서서히 소멸되어가는
기억의 저편 언덕에
기어이 새벽을 알리는 하이얀 해가
재가 되어 부서져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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