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ㆍ작성자 안형식목사
ㆍ작성일 2005-08-30 (화) 21:22
ㆍ추천: 0  ㆍ조회: 724      
ㆍIP: 61.xxx.210
두견
사랑할 준비가 아직 인가요.
그렇다면 그냥 접으시구려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한채
그 가슴에는 아직 지우지 못한
어두운 과거로 가득 채워져 있거든
고이 접어 두세요.

빈가슴에
이름 하나 채워 넣을 수도 없거든
그런 비좁은 사랑은 하지 마세요.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나요.
두견은 지난 밤에도 목울대로
선홍색 짙은 땀이 올라 오도록
우짖었답니다.

작은 것 하나
그것마저 나누고 싶은 고운 마음이 들거든
그 때 사랑하세요.

가을 문턱이 소리없이 다가들고
빈 가슴에 돌덩이 하나 던져지는 소리가
크게 들리고
작은 가슴에 파문이 일거든 격랑이 몸살처럼 일어나
내 이름 석자
그대의 눈에 박히거든

그 때,
저 하늘 저 쪽에
두견이 슬피 우는 소리가 들리는 곳 따라
빗장 걸었던 방문을 살그머니 열고
나비처럼 살포시 다가와 꽃이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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