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힐 웅덩이와 수렁
(전북신학교 경건회)

시편40:1-3 내가 여호와를 기다리고 기다렸더니 귀를 기울이사 나의 부르짖음을 들으셨도다. 나를 기가 막힐 웅덩이와 수렁에서 끌어올리시고 내 발을 반석 위에 두사 내 걸음을 견고케 하셨도다. 새 노래 곧 우리 하나님께 올릴 찬송을 내 입에 두셨으니 많은 사람이 보고 두려워하여 여호와를 의지하리로다.

1979년 전북신 입학, 85년 12회 졸업, 1985년 총신입학, 1987년 80회 졸업~

저는 전주 덕진교회에서 강도사로 시무하다가 1988년 목사안수 받았으며 이듬해 익산 용안의 송산교회에 부임하여 95년까지 약6년 세월을 농촌 교회에서 시무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내가 병실 침대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저는 사고 당시의 모든 기억을 상실했습니다. 나중에 들어서 압니다만 사고 지점은 논산에서 국도 타고 대전으로 빠지는 신도안 고개길이었습니다. 정부종합청사 지나 고개 마루턱에 있는 3군사령부 초소 근처인 것 같습니다. 95년 12월 9일이었는데 그 날 첫눈이 왔다고 합니다. 교회 승합차를 혼자 운행 중 눈길에 미끄러져 길옆 배수로에 빠져버린 결과 이 신세가 되었습니다.

대전 을지병원으로 후송되어 한 달 이상 의식불명으로 있다가 전주 예수병원으로 이송했답니다. 예수병원 이송된 뒤 사고 당일로부터 40일이 지나면서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다행히 외부적으로 보기 흉한 부상은 없습니다.

1996년 병원 퇴원할 때는 지체장애1급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언젠가부터 ‘뇌병변장애2급’이라는 장애명으로 변해 있더군요. 후에 광주대에서 사회복지 공부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만… 2000년에 추가된 장애명에 따라 뇌병변장애인이 되었습니다. 뇌병변장애란 뇌졸중, 뇌성마비 등이 있는데 교통사고에 의해 발병하기도 한답니다. 바로 제가 그렇습니다.

제가 입은 장애는 뇌병변장애로 중추신경이 파괴되어 ①보행이 어려워 스스로 걷지 못하게 되었고 ②언어가 부실해 졌으며 ③한쪽 눈을 실명하게 된 장애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안경 끼게 되었죠. 청각에도 이상이 생긴다는데 다행히 청각에는 이상 없습니다. 뿐이겠습니까. 필름이 끊어지는 등 여러 가지 장애를 가지게 되어 복합장애인이 된 것입니다.

뇌병변장애인의 특징 중 하나는 필름이 끊긴다는 겁니다. 그래도 다행히 제가 사고 전에 이 학교의 강사로 출강했던 기억은 있군요. 15년 전 95년 가을학기였습니다. 가을학기 마치고 사고 당한 겁니다. 그때 저에게 강의 받았던 학생들이 사고 후 병문안 오기도 했으며 후일 목사가 되어 만나기도 했습니다. 병원 퇴원 후 당시 이 학교 교목으로 수고한 동기목사 덕에 오늘처럼 경건회 인도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땐 언어장애가 오늘 보다 더 심했습니다.

1. 건강 있을 때 몸 바쳐 충성하십시오.
현대 사회는 건강 수난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별 것을 다 먹고 운동하고, 그러나 하나님이 어떠한 형태로든지 건강을 가져가시면 아무 소용없습니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하루아침에 아니, 순식간에 건강을 잃고 병원신세를 지게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 있는 제가 그 증인입니다.

2. 물질 있을 때 봉사하십시오.
물질도 하나님이 많이 주신 사람, 적게 주신 사람이 있습니다. 그 주신만큼 있는 힘을 다해 물질 봉사하시면 하늘의 상급이 크실 것입니다.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은 너무도 많습니다. 내가 몸담고 있는 교회, 우리 이웃들을 돌아보아야 주님께서도 나를, 우리를 돌아보실 것입니다.

제가 교통사고 보상금을 받을 때는 IMF사태로 온 나라 국민들이 아우성치던 때였습니다. 보상금을 상당히 받게 되었는데, 십일조를 어떻게 할까? 3가지 방법이 있었는데…
Ⓐ 나도 목사인데 어디다 십일조 하느냐? Ⓑ 떠나온 교회, 익산 용안 송산교회? Ⓒ 지금 출석하는 교회? 제가 목회할 때 가르쳤던 대로 당시 제가 평신도 출석하고 있던 전주 덕진 모 교회에 일전도 감하지 않고 십일조 했습니다.

3. 시간이 있을 때 충성하십시오.
우리가 항상 듣는 말인데도 쉽게 잊어버리고 삽니다. 지금 이 시간은 내 시간이지만 내일은 아니, 잠시 후의 시간도 내 시간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합시다. 주어진 시간을 복으로 알고 충성하십시오. Time is money. 금 같은 시간, 하늘나라에 쌓아놓는 신학도 여러분들 되시기를 바랍니다.

4. 아직 생명이 있을 때 최선을 다 하세요.
참새 한 마리도 주님의 허락 없이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나와 우리의 생명을 어떠한 모습으로 불러 가실지 모릅니다. 교통사고 제1위인 우리나라에서 사고로, 또는 혈압으로, 각종 암으로, 그 밖의 많은 질병들이 있는데 학도 여러분! 어떠한 모습으로 생명을 누리고 싶습니까?

이 장애인의 모습을 가지고 매사에 최선 다했습니다. 이 모습으로 생산적인 일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학업에 최선 다했습니다. 교통사고 전에 호원대를 했고 사고 당시 다니던 원광대 대학원 휴학했다가 다시 복학하여 졸업 했고, 또 다시 전주대 대학원에 진학해서 교회사를 전공했습니다. 전주대 대학원 다니다가 인연이 되어 광주대에서 4달 만에 사회복지사가 되었습니다. 보건복지가족부 사회복지사양성과정이었습니다. 자격증 없이 복지시설 근무하는 직원 구제하기 위한 복지부 특별과정이었습니다. 대졸 학력자는 1학기(4달), 그 이하는 2학기(8달)이었습니다. 호남지방은 광주대에서 했는데 제가 2기였고 지금은 폐지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단기간이었습니다. 저는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그게 저를 위한 법이었다고…

저는 저를 이 신세 만드신 하나님이 저와 저의 가정 어떻게 하실까? 항상 염려했고 그러다보니 그게 기도제목이었습니다. 무임목사 되어 먹고 살기위해 시도했던 사업 실패했습니다. 그러자 하나님은 아내를 통해 저희 가정 지켜주셨습니다. 저희 아내도 여러분 동문입니다. 이 학교 거쳤고 우석대 했는데 제가 사고 당한 뒤 한일장신대 편입하여 저 보다 먼저 사회복지사가 되었습니다. 강남대 대학원도 했답니다. 몇 년 동안 사회복지시설 근무하여 받아오는 월급으로 가정 꾸려 왔습니다.

그러다가 완주 고산 양야리(생활권 봉동)에 2003년 복지시설을 위한 부지 구입, 2004년 황토기와집 건축, 2005년 한 해 빈집으로 놀리다가, 2006년 아동청소년그룹홈 [사랑이 가득한 집]을 허가 받게 되었습니다. 제가 시설장, 아내가 종사원입니다. 그러다가 2007년부터 정부지원 받게 되었는데 시설장과 종사원 인건비와 약간의 운영비, 그리고 입소해 있는 아동 숫자에 따라 수급비를 지급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저의 기도는 응답 받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선교사 후원하고 여기저기 도우면서 살 수 있도록 하나님 저를 사랑해 주셨습니다.

5. 이 세상 모두를 사랑하자는 것입니다.
(마5:43-44) 또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살겠습니까? 우리는 예수를 믿는다 하면서도 좋아하는 사람끼리만 모입니다. 한번 미우면 언제까지 미워하려고 합니다. 이런데서 자칫 그리스도의 사랑, 아가페적인 사랑, 그 희생적인 사랑은 소멸됩니다. 그리곤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사랑이 되고 맙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컴퓨터, 에어로빅, 음식, 수영, 등등의 것은 배우러 다녀도 나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며 희생하는 사랑은 배우려 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 몸이 되고 보니 세상 모두가 사랑스럽습니다. 평소에 좀 서운했던 분들도 만나면 부붕켜 안고 싶습니다.

예수님께서 원수까지 사랑하라 하셨는데 원수는 결코 멀리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원수가 부모, 남편, 아내, 자식, 이웃이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내가 사랑해야 할 대상들입니다. 때로 원수처럼 느껴지는 그 감정을 해가 지기 전에 다 풀고 식구들을 사랑하고 가까이 지내야 할분 들, 그리고 멀리하고 지냈던 분들을 사랑하려고 노력하십시오. 그리고 사랑하세요. 사랑에도 노력이 필요합니다. (고전13:13)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복음송 사랑 제창-

말씀을 마치겠습니다. 저는 한때 건강도 물질도 시간도 생명도 다 잃을 뻔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교통사고의 모습으로 세상 속에 저를 드러내셨습니다. 그리고 생사의 갈림길과 긴 어둠의 터널 같은 끔찍한 병원생활도 겪게 하셨습니다. 또 이렇게 장애인의 모습을 가지고 지금 여러분들 앞에 섰습니다. 진즉 죽었어야 마땅한 저, 그러나 아직 할 일 있어 저를 살려주셨다고 믿습니다. 지금은 사회사업 필드에서 최선 다하고 있습니다.

15년 전 교통사고… 그로인한 투병생활, 10년 이상 비웃음과 무시, 놀림의 대상이 되었던 뇌병변장애인으로 백수건달생활… 이런 가운데 계속된 학창생활… 하나님 복 주셔서 하고 있는 사회사업과 그 결과 생긴 간증거리는 너무 많습니다. 그러나 들으시는 바와 같이 언어의 어려움이 많습니다. 오늘은 제가 이 강단에 서서 몇 마디 전했다는 사실이 아주 훌륭한 시청각 설교가 되시기 바랍니다.

이 부족한 종을 초대해주신 학장님께 감사드리며, 하나님의 크신 은혜가 전북신학 선지동산과, 여러 교직원들과, 후배 학도 여러분들 머리 위에 충만하시길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