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부스스한 머리 무표정한 얼굴로
또 다시 삶을 여며야 하는
징그러운 현실 앞에서 벌거벗은 몸으로 다시 선다.
남편도 자식도 곱게 여겨 주지 않는
알뜰살뜰 억척스러움으로
인고의 세월을 견뎌 왔건만 또 다시
고목에는 잎도 피고 꽃도 피건만
동강난 나뭇가지처럼 부러진 삶
그예 남편을 앞세웠다.
무엇하나 거저 받는 법 없이
다 해주고 받는 삯에도
공치사가 따라 붙었다.
더럽고 아니꼬운 생각이야
험한 말이 목울대를 타고 넘어 오는 것을
간신히 눌러 참고 마른 침을 삼키는 것으로 대신한다.
얼마나 남았을까.
마지막 가는 그 길까지
어느덧 주검을 생각하는 슬픔이야
그 날이 오기 전
내게 남겨진 일을 마쳐야지.
손 걸음과 발걸음은 더욱 분주해지고
내가 사랑했던 것들
머물고 싶었던 순간들
못 견디게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과거의 고왔던 날들
내 울타리 안에 남겨진 것들
안쓰럽고
못 견디게 아까웠던 저것들
한 번 더 쓰다듬어 보고
한 번 더 좋은 눈빛으로 보아 주고
한 번 더 보듬어 안아 보리라.
빛나고 영롱했던 눈빛은 간 데 없고
구부러진 허리이며
비오는 날마다 쑤셔 오는 오금이며
비오는 날에는
서럽고 축축한 마음에
오만 군데가 다 시리다.
그래도 한 번 더 보아 주어야지.
손자의 입에 수저를 밀어 넣는
어머니의 손이 달달 떨리고 있다.
울컥하는 마음을 감추고
속살 고운 백도의 껍질을 벗겨 입에 넣어 드리니
어린아이처럼 마냥 기뻐하신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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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신80회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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