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ㆍ작성자 안형식목사
ㆍ작성일 2008-08-23 (토) 00:00
ㆍ추천: 0  ㆍ조회: 2285      
ㆍIP: 61.xxx.15
세월아 네월아

세월이 삶을 스쳐지나가며 참으라 한다.
온 몸의 살은 비명을 지르며 거부하는데
오로지 인내함으로 기다리라 한다.

오랜 기다림의 족적은 자취가 없고
다만 흩어지는 연기처럼
유령이 되어 떠도는데

나는 세월의 잔재 앞에서 우두커니 서서
허망한 약속을 붙잡고 지낸 세월을
아쉬워하며 덧없어 한다.

어느덧 석양은 저물어 가고
노을이 붉게 타오르며
하루의 해는 이지러진다.

긴 기다림에 굳은 마음은 쇠하여지고
뼈 속에는 세월이 만들어 놓은
작은 구멍이 송송하다.

이 밤이 지나고 나면
해는 먼 길을 돌아쳐  
창가를 기웃할 것이며

나는 또 다시
목을 길게 빼어 물고
아직 남아 있는 짓을, 또 다시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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