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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김윤볼
ㆍ작성일	2007-07-16 (월)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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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를 비행하는 고고한 자태의 황새를 바라보며
저수지를 비행하는 고고한 자태의 황새를 바라보며

며칠 전(2007,7,14.토) 아침에도 우리집 앞에 있는 완주 고산 화정저수지 낚시터에 다녀왔다. 평소에 그룹홈 아이들 등교 시키고 한가해 지면 찾아가 그곳 자판기에서 모닝커피를 뽑아 마셔왔다. 그날은 놀토여서 아이들을 계속 자도록 놓아두고 찾아갔던 것이다.

하나. 화정저수지 황새의 비행
저수지를 바라보고 커피를 마시는데 전엔 보지 못한 황새 한 마리가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물결 위를 비행하고 있었다. 너무 반가웠다. 어릴 땐 고향 산천에서 자주 보아 왔으나 산업화로 변한 이 시대에는 어디에서도 황새를 지척에서 볼 수 없는데 행운이었던 것이다.

둘, 내 고향 불갑저수지
내 고향 전남 영광 불갑에도 ‘불갑저수지’라고 이름 하는 저수지가 있다. 위에서 밝힌 화정저수지 10배 정도는 될 것 같다. 저수지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옛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부안 줄포로 이사 오기 전 중3학년 초까지 다녔던 중학교와 그 저수지는 조그만 산을 사이에 두고 있었다. 그 저수지 동네 이름이 ‘녹산리’인데 그 동네에 살던 친구가 생각났던 것이다. 지금은 서울 모 회사의 간부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여자 친구이다.

셋, 불우했던 나의 어린 시절
그녀와 난 어린 시절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바로 진학 하지 못했던 점에서 서로 비슷한 처지의 불우한 환경 속에서 살았던 것 같다. 나는 초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그 다음날부터 면사무소에 출근했다. 친구들은 모두들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신나게 놀던 때였지만 나는 그 시대 가정형편을 바라보며 삶에 순응했던 것이다. 나의 부친이 그 시기에 술과 놀음으로 가산을 탕진해 버린 것이다.

넷, 나의 고학
급사로 취직해 2년을 보냈는데 그때 불갑면에 중학교가 새로 생겨났다. 그러자 면사무소 총무계장이셨던 직원 한 분이 주선하여 나를 그 학교에 입학시키셨는데 조건이 있었다. 급사를 그만두지 않고 등하교를 면사무소에서 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니까 공부할 시간에는 학교에 있고 나머지 시간은 면사무소에 와서 급사 일을 하도록 했던 것이다. 중3학년 초까지 그 학교를 다니다가 우리집이 부안 줄포로 이사 오게 되어 나도 떠나오게 되었다. 학교도 전학했고 말이다.

다섯, 비슷한 처지의 친구
그런데 위에서 말한 그 친구도 가정형편이 나와 비슷했던 모양이었다. 내가 면사무소 급사생활을 하다 보니 언제가부터 그 친구도 초등학교에서 급사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 친구 역시 2년 뒤에 생긴 중학교에 진학하게 되었고 그래서 같이 학교를 다니게 되었는데 동급생들은 2년 후배였다. 자연스럽게 1학년 때부터 나는 실장으로 그 친구는 부실장으로 일하게 되었고 중2때는 나는 전교 학생회장 그 친구는 부회장에 뽑혔다. 공부는 늘 내가 1등, 그 친구는 2등을 하곤 했다.

여섯, 공부에 한 맺힌 나
부안 줄포에서도 고학하며 바쁘게 생활하게 되면서 고향을 잊었으며 중, 고를 거쳐 신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 후 1988년 목사가 되었지만 어린 시절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던 그 일이 한 맺혀 학문을 계속했다. 결과적으로 대학을 두 군데(호원대, 광주대), 대학원을 세 군데(총신대, 원광대, 전주대) 하게 된 것이다.

일곱, 늘 마음 한 켠에 있었던 고마운 친구
이야기는 다시 그 친구에게 돌아가겠다. 비슷하게 어린 시절을 보냈던 친구이기에 늘 가슴 한 켠에 있었다. 30년 넘은 세월 잊고 살았는데 1995년 사고 이후에 어떻게 나의 사고 소식을 듣고 연락해왔다. 그래서 몇 차례 편지 왕래가 있었으며 한때는 그 친구 사무실 팩스가 불통이 났었다. 내가 야인되어 전주대 대학원 다닐 무렵, 그때 아이러브스쿨 사이트 영향으로 고향 초등학교 동창 모임이 부안 변산해수욕장에서 있었다. 30년 만의 만남이었으며 6월 달이었는데 아직 해수욕객이 없던 시기여서 백사장을 이용해 친구들이 체육활동을 하며 재미있게 놀았던 것 같다. 친구들과 헤어지는 순간, 그때는 백주대낮이었고 친구들이 모두 보고 있던 때였다. 그 친구가 내 앞에 오더니 자기를 껴 앉아 달라고 포옹을 요구해와 엉겁결에 포옹을 했다. 그 친구가 주도적으로 동창 모임을 주선했던 것 같은데 장소를 변산해수욕장으로 잡았던 이유가 나를 위한 것이었던 것 같았다. 그때만 해도 나의 장애가 심해 활동이 어려웠기 때문에 나의 참석을 유도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제 오늘 얘기의 끝을 맺겠다. 요즘 완주 고산 화정저수지 낚시터에서 노니는 황새을 바라보며 옛 시절을 돌이켜 봤다. 내 고향 영광 불갑저수지와 어린 시절 고생과 고학, 나와 비슷한 처지였던 친구를 떠올려본다. 13년 전 사고로 목회사임 후 야인 되었다가 이제 사회복지시설 시설장이 된 나의 삶이 저수지를 날아다니는 황새와 같이 미래의 세계를 비상하기 바란다. 아직 새벽이지만 좀 있다 아이들 깨워 아침 먹여 등교 시킨 후 저수지 낚시터를 찾아가 모닝커피 마셔야겠다. 그 후 시작되는 오늘 하루의 삶도 우리 주님이 늘 동행해 주시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