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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안형식목사
ㆍ작성일	2005-05-03 (화)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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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0 ㆍ조회: 924

ㆍIP: 61.xxx.193

[행복 하나, 보람도 하나]

[행복 하나]

떳다 떳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높이 높이 날아라 종이 비행기

나를 사모한다는 분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주 아주 많이 많이 보고 싶다는 분입니다.

얼마전 산호세에 살고 있는 다정님 (애칭 : 다정스런 죠이)과 우리 선교회의 커뮤니티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에 충주에 살고 계시는 친정 어머니께서 방문하셔서 기쁨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받았습니다. 며칠 후에 엘에이로 여행을 떠난다고 기도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며칠이 지났습니다.

커뮤니티의 대화방을 통해 전해온 다정님은 어지간히 들뜬 모습인 것이 타자의 글에서 나타나고 있었답니다. 댓바람에 친정 어머니께서 나를 아주 보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 주시는 겁니다. 나는 다만 백골이 난망이올시다 했지요. 다정님은 자신의 애칭으로 친정 어머니의 말씀을 글로 표현해 줍니다.

"목사님 책을 드렸더니 우리 어머니가 5시간이나 차를 타고 가는 동안에 동이를 읽으시면서 배꼽을 빼셨어요. 우리 친정 아버님 돌아가시고 난 뒤에 우리 어머니가 저렇게 크게 웃으시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못 뵈었는데요. 목사님 존경합니다. 어쩌면 웃음을 잃어 버린 우리 어머니의 웃음을 단번에 찾아 주셨나요."

"백골이 난망이올시다." 나는 다만 그렇게 표현했습니다. 아직 뭐시가 뭔지 감이 안 잡혀서 그렇게 표현을 한 것이지요.

"목사님 우리 어머니 참 고초 많이 겪으셨어요. 몇 년 동안에 마음 고생을 너무 많이 하셨어요. 그래서 웃음을 아주 잃어 버리고 사셨어요.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목사님 책인 동이를 읽으시면서 얼마나 즐거워 하시고 행복해 하시던지 몰라요. 목사님 대단하셔요."

가만 이게 대충 칭찬인 모양인데, 하면서 나는 여기에서부터 긴장하게 되었지요. 사실 자비출판으로 광고도 안 하고 해서 애물단지처럼 되어버린 책인지라, 긴가 민가 한 것이지요.

이단비판서와 청와대 정책 비판서를 내신 분이 웬 소설? 이것이 제 처녀 작품인 "동이"를 대한 우리 동료 및 선 후배 목사님들의 일치된 표정이었습니다.

사실 비판이라는 것은 아무나 덤벼 들 수 있는 영역은 아닌 겁니다. 인문, 사회, 과학, 종교에 대한 비판은 저작물이나 논문 혹은 이론에 대하여 비판할만한 근거가 있는 이론가 혹은 검증받은 학자들의 책임영역입니다. 그릇된 이론은 비판하고 잘 된 이론에는 찬사를 보내는 비평가들은 자신의 고유한 논리와 검증받은 실력이 있어야만 합니다. 무엇을 근거로 비판하느냐? 네 실력의 정도가 얼만데 함부로 비판하느냐? 하고 따지고 들면 상대방에서 요구하는 라이센스를 내어 놓아야 합니다. 책이나 논문, 학위, 경력 등을 내어 놓아야 합니다.

남의 키를 재 보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자기만 아는 고무줄을 가지고 내어 놓으면서 자신의 키가 얼마이고 이 고무줄의 길이가 얼마이니 이 고무줄로 네 키를 재보자 하고 나서면 누가 그 고무줄로 잰 키를 인정하겠습니까. 적어도 센티미터가 정밀하게 표시되어 있는 통상의 줄자는 되어야 인정을 합니다. 그것도 길이가 넉넉해야지 길이가 터무니 없이 작은 것으로 몇번에 걸쳐 재겠다고 나서면 그것 또한 못 믿어 주는 것이지요. 길이가 넉넉한 자를 가지고 와서 단번에 재야 인정이 되는 겁니다.

신학의 부분에서 이단을 비판하려면 자신의 신학의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그 신학의 잣대가 어떤 것인지에 대하여 상대가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단을 신학적으로 비판하려면 적어도 자신의 삼위일체론을 내어 놓아야 비판이 됩니다. 문학을 평론(비판)하려면 적어도 자신의 근거인 시론과 소설론 등을 내어 놓아야 합니다.

내어 놓은 잣대가 충분히 수긍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실력을 가진 이론이라면, 어쩔 수 없이 수긍하게 되어 있지요. 반면 충분하지 못하다면 거기에 대하여 융단폭격과 같은 반격이 돌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비판서를 책으로 낸 정도의 실력을 가졌다면 그 계에서는 인정해 주게 되어 있습니다.

"이단연구가로 인정을 받을만 하니까 소설을 내? 소설을 쓰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런 재주도 있었어?" 이런 말을 들으며 팔리지도 않는 책을 가슴에 껴 안고 있던 참인데 한국 땅도 아니고 미국 땅에 가 계신 분에게서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다소 당황스럽습니다. 며칠 후에 한국에 나가는데 나가면 꼭 찾아 뵙겠다는 약속까지 단단히 하시는 통에 예사로 넘길 일은 아니구나 했지요.

가만 그러면? "떳다 떳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하늘 높이 날아라 종이 비행기" 이거 이렇게 되는 것 아녀? 과연 종이뱅기로 끝날 것이냐? 아니면 점보여객기가 될 것이냐 하는 설레임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요. 뜨기만 뜨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소설 팔아서 이번에는 "한국인의 사상 상, 하권"을 내려고 잔뜩 벼르고 있던 참이니까요.

중편소설을 쓰니 이게 안 되는갑다. 해서 장편소설을 쓰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옆구리로 샜습니다만, 소설을 쓰는 사람이 돈 생각하고 쓰는 분은 별로 없을 겁니다. 국가와 민족을 보고 허물어지는 이웃을 보면서 이래서는 안 되겠는데 하는 마음이 하고 싶은 말을 만들어 내고 그 하고 싶었던 말이 분노가 일어나는 계기를 만나서 분노의 에너지로 길고 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는 것이지요.

저는 "동이"를 통해 공동체를 말하고 싶었습니다. 가정이라는 공동체와 마을이라는 공동체 그리고 나아가 사회와 국가라는 공동체 정신을 주창하고 싶었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숙부님과 숙모님 거기에 사촌들과 함께 내가 익어가던 시절을 이야기함으로 그 시절의 애틋한 사랑과 정이 있는 공동체정신으로 돌아가자고 외치는 절규입니다. 그 절규를 그대로 쓰면 누가 보아 주겠습니까. 그러니 소설이라는 촉매를 사용하여 길게 이야기 한 것입니다.

그걸 알아 주었습니다. 사랑하는 남편과 자식을 먼저 보내고 실의에 빠져 있던 할머니가 알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할머니의 딸들과 사위들이 알아 주었습니다. 머나먼 과거로부터의 이민자이며 고향인 한국으로부터의 이민자인 그 분들이 알아 주었다는 것. 그래서 행복해졌습니다. 적어도 내 독자는 미국에도 있어요.

보람, 책을 내는 이들의 보람은 책이 많이 팔려서라는 것 보다, 멀리에 계신 분이 알아 주었다는 것과 그 책으로 인하여 생에 활기를 다시 찾았다는 것. 이것이면 충분하지요. 제게는 무엇 보다 값진 선물입니다. "목사님 그 동안 집을 비워 놨더니 할 일이 태산입니다. 이것 정돈해 놓고 목사님 찾아가 뵈올께요. 뵙고 싶어요." 큰 딸의 나이가 나와 동갑이랍니다. 우리 어머니와 같은 분이 들뜬 목소리로 내가 보고 잡답니다. 당장에 달려 오고 싶은 것을 꾸욱 참고 있답니다. 문학소녀와 같은 마음이 되어 사모하는 사람을 찾아 달려 오겠답니다. 오늘 밤을 어찌 잘지 모르겠습니다. 자꾸 업이 되어지고 눈 앞에는 종이 비행기가 왔다 갔다 하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