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소나타
겨울소나타
그대 플륫을 부는 여인아
그 곡이 월광소나타 아니오.
차디찬 은동체에 입술을 살포시 얹고
폐부에서 끌어 올린 그대의 날숨에는
서럽디 서러운 슬픔이 가득하오이다.
보안등은 회색 어둠 사이에 외로움의 빛을 뿜고
그대의 발밑에는 수명을 다한 은행잎들이 가득한데
그대 앉아 있는 벤치위에는 슬픔이 둘려있네요.
뿌연 달빛에 반쯤 가린 옆얼굴에는
반달이 그림자를 드리운 음영으로 우울하고
긴 머리 흘러내린 아미에는 체념이 가득한 채
가녀린 손가락에는 서글픔이 가득하오이다.
한 서린 몸짓 그 표정으로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애잔하게 부는 이여
그대의 입술 끝에서 쏟아져 나오는 비장한 음률에
내 애간장이 뒤집어지는구려.
돌아쳐 가려 해도
이끌리는 발걸음이여
커다만 나무 뒤로 내 동체를 숨기고
버버리 옷깃을 올린채로 상념에 빠져드는구려.
한 서린 음색, 뼈가 저린 곡조는
음산한 공원, 헐벗은 나목을 휘감고
차디찬 보도 위로 낮게 깔려 신음하고 있는데
그 위로 모진 삭풍이 낙엽을 쓸어가는구나.
회리바람에 날려 보도에 널부러져
산산이 부서진 낙엽 사이로
쓰디쓴 삶의 무게에 짓눌려 신음하는
가녀린 신음소리
그녀도 나도
차디찬 보도 위에서
모둔 숨을 쉬며 신음하고 있는
플륫이 슬피 울어 예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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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신80회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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