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우에 걸린 눈
모진 삭풍이 휘몰아 간
도시의 밤거리는 텅 비어
아직 구르지 못한 낙엽은
몰골사나운 사체로 떠돌고
가슴 시린 나그네의 목은
자꾸 움츠러든다.
소망을 놓아버린 목련의 눈은
텅 빈 하늘을 향하고
대지를 향해 힘차게 뻗어있던 가지에는
어둠이 둘려
잿빛 하늘 사이에서 떨어져 내리는
뽀얀 눈을 온몸으로 거부한다.
죽음이 내린 듯
삭막한 거리에는
구이는 바람에도 귀를 기울이는
사춘기 소녀의 발자국도
연인들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생기는 어디로 갔는지
사위는 잠들어 있고
대로에는 발걸음을 재촉하는
자동차의 불빛만 스쳐가는구나.
한강변,
외로운 가로수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곳
외로운 구릉 위
한강을 굽어보는 곳에
목련이 있다.
목련의 벌거벗은 몸 위로
눈이 쌓인다.
하늘과 땅 사이
가로등이 서있고
눈은 사이를 비집고
불빛에 반사된 뿌연 몸체를 흩뿌린다.
목련의 거부하는 몸짓을
온몸으로 누르며
사박사박 속삭임으로
목련을 잠재우곤
목련의 손발에
눈꽃을 만들고 있다.
한강에 봄기운이 돌면
온몸을 터뜨려
가지마다 꽃을 피워
봄을 반겼던 목련
오늘은
시린 가지마다
눈꽃을 피웠다.
확성기의 노래에 따라
현란하게 움직이던
화려한 몸짓의 율동이 멈췄다.
이름에 따라 환호하던
거친 목소리들도,
유창한 달변도 끝이 났다.
대선이 끝났다.
고수부지 위,
애오라지 봄을 기다리며
한강을 굽어보던
목련은 뽑히고
그 자리에 경부운하가 들어선다.
봄이면
고수부지를 찾는 상춘객들의 눈에
아롱아롱 아지랑이를 피워 주고
지나가는 연인들을 시샘하며
큰 꽃잎 떨구며 질투했던
목련이 죽는다.
나는,
목련이 죽어가며
토해놓을 비명소리를
차마 듣지 못하여
귀를 막고
고개를 흔들며
애간장을 녹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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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신80회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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