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 존재의 빗장
114. 존재의 빗장
한 번 더 나를 자극하여 풀린 동공에
빛을 비추소서.
그리하면 잠시 후에
새벽이슬의 영롱함을 되찾아 초롱초롱한 눈망울
새벽이슬의 반짝이는 빛 되어
잿빛 서러운 밤을 뜬 눈으로 치대고
치껴 뜬 충혈 된 눈꺼풀 위에
여명의 비늘이 잘게 쏟아져 내리면
반짝이는 편린 하나하나에
긴긴 겨울밤의 사연을 담으리이다.
한 줌 손에도 잡혀지지 않는
산산이 부서져 내린 세월이며
멈췄던 심장 경직되었던 몸짓이며
질곡의 세월 통곡의 벽에 박혀 있는 8개의 손톱이며
한 줌의 재로 변한 지난 삶의 순간이며
이제는
미력하여 눈꺼풀을 밀어 올릴 힘도 빠져버린 지금
눈꺼풀 사이로 시리도록 아픈 햇빛을 비추소서.
까맣게 타다 눌어붙어 덧게비진 가슴
구멍이 뚫린 영혼의 상처 그리고 흔적
발 닿지 않는 절망의 늪에 깊이 침전되어 버린
햇볕 들지 않는 그곳. 여기에
한줄기 빛을 비추소서.
그리하면 나는 다시 소망의 줄을 힘주어 잡고
끝 간 데 없는 절망의 늪을 기어올라
대지에 우뚝 서
하늘을 우러러 길고 긴 편지를 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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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신80회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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