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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안형식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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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06-05-31 (수) 11: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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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0 ㆍ조회: 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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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IP: 61.xxx.1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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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의 아파트 풍경
층층이 쌓여 벽돌틈 같은 빈 공간에
제멋대로 내갈겨버린
신발 한짝은
이쪽에 뒹굴고
쩟쩟 입맛을 다시던 느린 손은
저쪽에 벗어 놓은 신발
이쪽에 모다 놓는데
이리 저리 모인 가족들의 이야기 꽃이 핀다.
사위는 어둡고 보안등 불빛마저 꾸뻑거리는데
깽깽거리는 강아지 울음소리 뒤로
높낮이가 다른 싸움소리 요란하고
잠시 뒤 죽었는지 살았는지
켜켜이 쌓여 있는 층층마다
시체안치실의 풍경처럼 고요하고 적막하다.
아침이 되니 개미굴에서 쏟아져 나온 개미들처럼
이리저리 분주하고 요란하기 그지없는데
엘리베이터 앞에서 눈썹을 고치는 아가씨
두고 온 것 찾아 씩씩거리며 퉁퉁거리는 학생의 발걸음
간신히 밀려 탄 엘레베이터 안에는
어제 산 구두가 맞지 않아 이리저리 발을 눌러보고 비틀어 보는 새내기와
어젯밤 과음으로 입막고 트림을 하다 속쓰림이 딸꾹질로 변해버린 중년과
코를 막고 옆으로 피하며 사정없이 눈도끼로 찍어대는 어여쁜 처녀와
멍한 눈으로 천장을 응시하는 몇몇의 군상들
낮이 되니 그제야 이리저리 할 일 찾아 기웃거리는
아줌마들의 느릿한 발걸음과
동무를 찾아 어젯밤 일어난 일을 소상히 보고하는 수다쟁이들과
이제야 기웃거리며 편지함에 편지를 끼워 넣는 우체부와
느릿한 걸음으로 한 바퀴 돌아 보며 참견하는 경비아저씨와
택배원들의 분주한 발걸음과
요앞 절에서 나왔는데요
포교하는 초인종 벨소리이며
제네 당은 나쁜 당, 차떼기 당, 우리 당은 좋은 당
죽기살기로 머슴노릇만 하겠으니 한표 한표 푸욱 눌러주세요
예네 당은 테러당 하는 짓마다 꼴꼴나니
선거날이 심판날 제삿날이 되게 합시다아
확성기에서 요란하게 뿜어대는 쉰목소리가 어제보다 푸욱 늙었다.
돌아치고 들고치는 주차장에는
이런저런 사연 깊은 이야기들을
네개의 발통에 붙들어매고
부릉부릉 소리 요란한데
전서구라도 되는듯 창문에 기웃하는 비둘기는
뻔뻔한 얼굴로 눈을 마주치고는
먹을 것 없는 빈손을 확인하고
물찌똥 한 방 내 갈기고는 푸르릉 날았다.
까마득히 내려다 보이는 놀이터에는
가방을 어깨에 맨 젊은 엄마의 늘어진 손이
그네를 타고 있는 딸아이의 등을 시무룩한 손길로 밀고 있고
그 옆 벤치에는 관절통을 호소하는 할머니와
올려진 무릎을 보며 꾹꾹 눌러 확인하는 동무 할머니
개미같이 작은 군상들의
높다란 웃음소리와 시무룩한 표정이 교차되며
내려다 보는 눈에는 물안개같은 현기증이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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