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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안형식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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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06-10-31 (화) 18: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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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0 ㆍ조회: 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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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IP: 61.xxx.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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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의 도리질
가슴속에 코스모스가 피었다.
심장 한 쪽에 살몃 아리더니
세월의 빈틈으로 들어온 모양이다.
빨간색 꽃이 피었다.
심장 속에 뿌리를 두어 실하게 발육하더니
꽃도 선홍색 꽃을 피웠구나.
노란색 꽃이 피었다.
세월이 두툼해지니 감정도 따라 두툼해졌다.
타는 재가 가슴에 켜켜이 쌓여 자양분이 된 모양이다.
평화를 갈구하고 무탈하기를 갈구했던 기도의 꽃인가 보다.
하얀색 꽃이 피었다.
발은 여기에 눈은 하늘에 두고
우리 그리고 국가의 장래를 소망했던 세월의 진액이
소망의 색으로 진하게 피어났구나.
모진 마음 독하게 먹고 세파와 싸우며 살아오기를 얼마,
슬픔을 잊고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려 곧추세우기를 얼마,
소꿉장난하던 아기 새악씨가 아기신랑 손을 끌고 나왔다.
아직 이파리가 어설프고 줄기도 보잘 것 없는 때에,
‘코스모스야 너는 잘 커서 이쁘고 쪼맨한 하얀꽃을 많이 많이 피워줘야 해.
그럼 내가 다시 와서 칭찬해 줄꼬야. 여보야 그렇지? 당신두 예 쓰다듬어 줘.
그러면 빨리 클거야. 우리처럼’
태풍이 머리에 드리우고 장대비가 후려치던 날 밤에 코스모스는 사정없이 흔들리고
뿌리를 파헤치는 격랑 속에서 겨우겨우 견디어냈다.
태풍이 머리에서 떠나고 장대비가 그친 후에 몇 날 동안 몸살을 앓았다.
자꾸만 눈에 맴도는 것은, 쓰다듬어 주던 꼬마아가씨의 꼬까손길이다.
엄마의 눈길, 자애롭고 깊은 눈길로 이윽히 바라보아 주었던 해맑은 눈이었다.
그리고
쪼꼬만 앵두입술이었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문턱을 넘어 오던 날,
수줍게 꽃잎 하나를 틔워냈다.
긴 목을 빼어 물고
아기 새악씨와 아기 신랑을 기다린다.
어느덧 활짝 피어 꽃밭을 이룬 길가에
바람이 불지 않아도 이리저리 목을 돌리는 동작은
아직 약속이 이뤄지지 않았나 보다.
어쩌면 이번에 만나게 되면 꽃 대궁을 잘라 아기신랑에게 바쳐질 제물이 될지도 몰라.
태풍과 장대비를 이기고 마침내 약속을 지켰다는 그것 하나에 목숨을 걸 이유가 있겠니.
측은한 마음에 속삭여 주어도, 여전히 고개를 돌리며 주인을 찾는다.
약속 하나 믿고서... (2006.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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