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뜨기의 결혼행진곡 1권
1권
서곡
역사책은 재미있어야 많이 읽히고 소설책은 진부해야 많이 팔린다. 대충 알고 있는 역사이기에 재미라는 조미료가 가미 되어야 흥미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정통 역사책은 교과서로 읽히고 역사의 뒤안길이나 혹 숨겨진 야사나 비밀에 붙여진 역사 등은 부러 사서 읽는다.
하나같이 노벨상을 받은 소설책치고 흥미로운 소재나 재미있는 내용의 소설은 본 적이 없다. 그것들은 하나 같이 진부하고 판에 박힌 듯 목가풍의 소재거나 이슈가 되는 문제작품 들이었다. 작가야 평생에 남을 위대한 작품을 의도하고 노벨상을 받을 목적으로 썼을 수도 있겠으나 독자의 입장에서는 별로 칭찬해 줄 마음은 들지 않는다. 소설이란 삶의 이야기이다. 재미도 있고 박진감도 있고 연애나 섹스라는 달달하면서도 좀 냄새가 구린 듯한 장면도 나와 주어야 독자를 배려한 소설이 아니겠나. 작가 자신 혼자만을 위해 쓴 소설이라면 구태여 출판을 해서 책값을 받을 필요가 무에 있나.
이 책에는 구릿한 이야기들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문화란 역사가 굴러간 수레바퀴의 자국이다. 사람의 역사가 수레바퀴로 굴러갔다면 그 삶의 흔적이 자국으로 남아 있기 마련이다. 그 자국에는 맑고 투명한 장미꽃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구릿하고 썩은내가 나는 거름을 받은 뿌리도 있다. 생애의 한편은 구릿하고 썩은 내가 나는 추억하기도 싫은 과거나 후회의 장면이 있고 다른 한편은 생각만 해도 아찔해서 눈시울이 적셔지는 못내 아쉽고 안타까운 과거사도 있다.
한 사람의 일어섬 뒤에는 수많은 사람의 땀방울이 거름이 되어 있을 터이다. 한 사람의 넘어짐 뒤에는 수많은 사람의 슬픔과 눈물이 고스란히 묻어있을 것이다. 잘 되고 못 되는 것이 노력만 가지고는 될 일이 아니다. 때와 사람 그리고 운명과 만나야 한다. 약장사의 말을 빌자면 죽을병이 든 사람도 의사 잘 만나면 살고 약을 잘 만나면 산다는 말이 나이가 먹을수록 실감이 난다. 과연 그렇기 때문이다.
바보온달이 평강공주를 만나 온달성의 주인이 되었다. 본문에 등장하는 박 의원도 그러하다. 칠뜨기 박 칠복이 박 선희를 만나 박 의원이 되었다. 과연 쉽게 되어졌겠나. 운명이 필연이라는 과정을 거쳐 가며 어렵사리 길 하나를 만들어냈다. 운명이라 이름 하는 길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하나하나를 추밀하게 다루어 바람직한 결론에 도달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것은 꿈이다.
이 책을 쓴 목적은 소망과 꿈을 찾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쓰여 졌다. 극한의 절망감과 무력감으로 시든 나날을 보내야 하는 소망을 잃어 배고파하는 이들을 위해서 썼다. 무언가의 돌파구를 찾고 싶어 갈증이 나는 이들을 위해 썼다.
이 책에는 구린 이야기들과 배고픈 이야기들과 된장국에 보리밥을 말아 먹으면서 화장터의 매캐한 살과 뼈가 타는 냄새를 맡으며 땀 흘리며 노동해야 했던 시기의 이야기도 들어 있다. 주인공 한 사람의 평생에 얼마나 많은 사람과 시간 그리고 기회와 소망이라는 실체들이 뒤안길로 사라져 갔는지 모른다.
나는 이 책을 좀 길게 쓰려고 한다. 신통치 못한 책을 여럿 내는 것 보다, 왜정시대부터 격변기를 거치면서 살아 나온 흔적들을 좀 길게 이야기 하는 것이 작가 본인에게나 독자 제위께도 유익을 주리라 믿기 때문이다. 내가 겪지 못한 시대의 일들은 사료나 그 시대의 책에 의지하거나 “내 이야기를 소설로 쓰려면 책이 3권은 나와야 혀”하셨던 어머니의 기억에 의존하고 좀 시원치 않다 하는 내용은 고향 어른들과 인터넷을 통해 보충할 계획이다. 하지만 가끔씩 연결이 끊어져 고생을 했던 부분도 적잖다. 펙트와 픽션사이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일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보지 못한 사실과 듣지 못한 사실을 상상으로 채워 넣어야 하는 작업은 시간을 붙들었다. 필이 멈춘 시간에는 펙트와 픽션이 싸웠던 순간들이다.
칠뜨기. 나도 덜 떨어진 일처리로 실수를 했을 때마다 칠뜨기 같다는 소리를 들으며 성장했다. 바보라는 말 보다 칠뜨기라는 말이 더 사랑스럽게 들린다. 등신이니 염병이니 나가 죽어라 라는 뱉어 버리는 말, 쫓아내는 말이 아니라 칠뜨기란 가슴에 껴 안는 말이다. 네가 칠뜨기 같기 때문에 내가 봐주지 않으면 안 되는겨.
보호본능을 자극하고 모성애를 자극하는 칠뜨기. 항상 2등만 하는 평생 상이라고는 개근상 밖에 타보지 못한 이 땅의 칠뜨기들. 나도 너와 같은 칠뜨기이다. 칠뜨기였기 때문에 어머니의 젖을 한 웅큼이라도 더 빨아 먹을 수 있었고 칠뜨기였기 때문에 여인의 사랑을 자극해왔고 버림을 받지 않았던 것 아니더냐.
세상이 너무 똑똑해졌다. 칠뜨기들이 설 자리가 없을 정도로 세상이 너무 똑똑해졌다. 버림 받는 칠뜨기들이며 쫓겨 나가는 직장의 칠뜨기들이며 항상 어깨가 쳐져 있는 칠뜨기 아버지들. 하지만 이들 칠뜨기들이 있어서 세상은 더욱 맛갈스러웠고 이들이 좌충우돌하며 빚어내는 작은 실수들이 있어서 똑똑한 녀석들이 빛을 더 발했다.
단맛에 소금이 더해지면 단맛이 더해진다. 밍밍한 설렁탕 국물에 소금이 더해져야 맛이 나게 되어 있다. 칠뜨기는 소금이다. 단맛이 나는 세상. 고소한 세상. 우리네 칠뜨기들은 이 세상에 단맛을 주고 고소함을 더해주라는 사명을 띠고 하늘로부터 보내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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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신80회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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