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나도 피서
18. 나도 피서
온 가족이 모여 저녁을 먹고 나서 마루에 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는 중이다. 해는 뉘엿뉘엿 지는 중에 서산 마루턱에 걸려 있고 넘어가는 해 주위로는 솔개가 떼를 지어 비무하고 있다. 까마득히 높은 공중에서 공중제비를 돌며 지는 해가 아쉬운지 솔개들은 지는 해를 정점으로 점점이 흩어져 서산에 걸린 해와 씨름을 하고 있다.
테레비는 저녁 7시 이후부터 9시까지 보는 것을 원칙으로 했으나 연속극에 빠져 있는 대주마님과 박초시의 부인과 그 딸들은 10시까지 보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하여 슬금슬금 9시를 넘기더니 언제부터인가는 10시를 넘겨서까지 테레비를 보았다. 테레비는 큰 재산이기 때문에 안방에 두었고 박 초시는 어쩔 수 없이 10시까지 온 가족들과 함께 해야 하는 신세가 되어 있었다. 물론 가끔 마실을 가는 경우도 있었으나 웬일인지 마을 사람들은 박 초시를 어려워해서 박 초시는 불가불 일이 없는 한 마실을 다니지 않았고 기껏 옆집 박 선생이 불러 주거나 마을 사람들이 불러 주는 자리가 있으면 참석하여 모주를 한 사발씩 했는데 지체 높은 어른으로 깍듯이 모시고 있는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끝까지 가 본 적이 없다. 스윽 좌중을 둘러보아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싶으면 얼마간의 부조금을 내어 놓고 일어서 나오는 것이 습관 아닌 습관처럼 굳어졌다. 그래서인지 박 초시가 과음을 하거나 과음으로 인하여 실수를 하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자연히 과음을 하고 실수는 하는 축들은 박 초시 앞에서 절절 매게 되었다.
“종숙아 동숙이하고 과일 좀 씻겨 내 와라”
“야 엄니 알았시유”
동숙은 어머니의 말씀이 떨어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쿵쿵거리는 발걸음에 힘을 실어서 단걸음에 정지로 나갔다. 설핏 눈매를 찡그리는 어머니의 눈치야 어찌 되었던지 간에 벌써 정지에 가서 바구니를 챙겨 뒤란 우물가로 가지고 나갔다. 종숙은 가지런한 발걸음으로 뒤를 따랐다.
“어흠 참 달게 생겼다. 달달한 냄새가 여까지 나는구나.” 박 초시가 낫낫한 얼굴로 과일을 씻어 담아 내온 함지박을 보며 자리를 비켜 준다.
“할무니 여기요”
동숙이 잘 익은 후무샤를 물기가 떨어지는 채로 접시에 담아 할머니께 드린다.
“아범아 에미야 이것 좀 먹어 봐라. 보매도 엄청 달게 생겼다.”
“네 어머니, 저희 것은 예 있으니 많이 자셔요”
대주마님의 흐뭇한 말씀을 동숙이 어머니가 단 마음으로 받아 대답했다. 박 초시는 환하게 웃으며 자신의 할 말도 그와 같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떡인다.
“오널은 누가 이리 실한 것을 따 왔더냐. 나는 아무리 봐도 이리 실한 것은 못 보았는디 말이여” 박 초시가 만면에 웃음을 가득 담고 딸들을 둘러본다.
“야 아부지 지가 칠복 오빠하고 함께 따 왔서유”
동숙이 칠복을 살짝 돌아보며 부끄러운 듯 말한다.
“그려? 맞다. 동숙이 네가 여기저기 감추어 둔 것을 따온 모양인갑다. 이리 좋은게 많은 것을 보니 말이여. 헛헛헛”
“아이 아부지도 참”
어지간히 얼굴을 붉히는 법이 없던 동숙이 얼굴까지 붉히며 공손을 떠는 것이 수상하다. 어머니는 슬며시 칠복과 동숙의 표정을 곁눈으로 살폈다. 무언가 단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살짝 칠복과 눈이 마주쳤는데 칠복이 고개를 떨구는 것이 분명 무언가가 있다. 여인 특유의 감성과 경륜으로 이어진 예리한 관찰력은 딸의 작은 행동의 변화에도 민감하게 작동하여 변화의 요소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집어냈다.
여인이 되는 과정은 그리 복잡하지도 않고 과학적이거나 수리적이지도 않다. 감정과 본능이 적절히 융합되어 있는 성의 자물쇠는 감정과 본능이 모여 있는 작은 보석함의 더 작은 손짓으로도 열기에 충분하다. 사랑하는 감정이 생성되면 상대를 사모하며 커다란 물결을 만들어낸다. 이윽고 격랑을 일으킬만한 충분한 양이 되면 상대의 손짓에 의하여 소용돌이가 일고 그 소용돌이는 상대를 향하여 거침없이 쏟아져 들어간다. 하여 사모하는 이의 작은 손짓은 꽉 잠긴 성의 자물쇠를 열 수 있는 단 하나의 key이다.
어머니의 예리한 모성은 딸의 내면의 세계에 소용돌이가 일어났음을 직감으로 눈치 채고 말았다. 이제 둘에게 작은 비밀이 생겼다는 말이지. 한 면으로는 기다렸다는 듯 반가워하면서도 한 면으로는 못내 서운하다. 어느덧 딸의 마음이 자신의 품을 떠나 남자의 품으로 옮겨 갔다니 벌써 마치 시집을 보내는 것처럼 허전해지는 동숙이 어머니의 마음이다.
동숙은 금자와 함께 목욕을 마치고 자리에 들어 누웠다. 목욕을 하는 동안에 전에 없이 금자의 몸 구석구석을 세밀하게 관찰해 보았다. 마치 연적의 작은 틈 하나라도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예리한 눈에 금자도 어지간히 부끄러워하는 눈치이다.
5촉 자리 전구의 희미한 불빛은 겨우 사물을 분별하거나 옆 자리에 누워 있는 이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는 정도의 불빛이지만, 그래도 그 불빛으로 숙제도 하고 책도 읽었다. 호롱불 정도의 밝기에도 충분히 책을 읽을 수 있는 안력이 되는 나이기도 했고 농촌에 사는 동안에 어두움에 익숙해져 있는 탓이기도 했다. 종숙 언니와는 생일 탓으로 학년의 층하가 1년 밖에 되지 않았으나 정신이나 육체적 성숙도는 동숙이 종숙 언니보다 위였고 종숙 언니 위의 정숙 언니와 맞먹을 정도나 되었다. 가끔 성에 대한 난처한 질문이나 호기심에 대한 질문을 종숙 언니에게서 받곤 했는데 그 때마다 동숙은 종숙 언니의 정신적 연령이나 육체적 연령이 자신보다 적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천장을 보고 있자니 발가락이 꿈틀하며 불현 듯 칠복의 얼굴이 새삼 떠오른다. 보고 싶다. 앵앵거리고 억지를 부리며 앙탈을 해도 언제나 너른 가슴으로 품어주듯 이해해주는 어른스러운 마음씀씀이가 믿음직스럽다. 부러 빠져나가지 못할 책략의 말로 슬슬 시비를 붙여 코너에 몰아 부치면 말려들어서 낭패스러운 얼굴로 눈썹을 꿈틀하며 살짝 찡그리는 그 얼굴이 사랑스러워 못 견디겠다. 꽉 깨물어 주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느라고 도리어 자신이 쩔쩔매곤 했었다.
‘후우’
동숙은 깊은 한숨을 내어 쉬며 베개를 끌어안고 모로 누웠다. 칠복 오빠와 입맞춤을 한 입술에는 아직 포도향이 묻어 있는 듯 싶고, 칠복 오빠의 손길이 닿았던 가슴은 아직도 따뜻한 손길의 여운이 남아 있는 듯 감촉마저 새롭다. 그때가 언제인데 아직도 가슴에 손이 닿아 있는 것 같으니 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 싶다. 동숙은 살며시 손을 내어 자신의 입술과 뺨 그리고 가슴에 손을 대어 본다.
‘아아’
한숨 소리에 이어 탄식하는 소리가 가슴에서 불덩이같이 치밀어 오르며 벌떡 일어날 것만 같다. 이리 뒤척이고 저리 뒤척이며 잠을 청해 보아도 도무지 잠을 못 이루겠다. 몸이 자꾸만 더워지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이 아무래도 바람이라도 쐬어야할까 보다. 이러다 재가 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잠시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여 이리저리 골똘히 생각해 보니 옆집 금자 생각이 난다. 아하. ‘그려 이번 참에 칠복이 오빠가 금자 몸을 본 것을 없이 해야 하는겨’하고는 마치 목구멍에 가시가 끼어 빼내려고 용을 쓰는 것처럼 금자의 몸을 본 사실을 어떻게 하면 지워버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매달렸다. 결국 생각해 낸 것은 ‘내 몸도 보여 주면 되는 것 아닌가벼’로 생각을 정돈했다.
달빛이 살그머니 창호지 문을 뚫고 모기장을 비집고 들어와 동숙이 모로 누워 있는 뒤에서 살포시 끌어안는다.
“삐이꺽”
칠복의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깜짝 놀라 이불속에 머리를 집어넣었다가 이내 머리를 쏘옥 빼고는 칠복이 어디를 가는지 청각을 곤두세웠다. 목이 말라 정지에서 물을 마시러 나왔는지 아니면 소피를 보려고 변소에 가려고 나왔는지 아니면 이제 목간을 하러 나온 것인지 온 몸의 기운을 귀로 모아서 기척을 분간하려 애를 썼다.
‘에게 겨우 변소 댕겨 오는거구먼’
두꺼운 가마니를 부러 짜서 위와 아래에는 나무를 대서 만들어 놓은 야문 거적문이었으나 칠복이 들어오고 난 뒤에 목수를 불러 문을 새로 해 달은 문인데 평소에 나지 않던 경첩 소리가 오늘은 천둥벼락이 치는 소리처럼 가까이에 들린다. 마당에는 장대에 10촉 짜리 전구를 켜놓았는데 마지막에 잠드는 사람이 불을 키고 눈을 뜨는 사람이 불을 껐다. 요강이 방마다 있다고는 하나 겨울이 아니면 요강을 사용하지 않았다. 딸들이 많으니 깔끔을 떠는 것이려니 했으나 아침에 요강을 비우며 씻는 것이 여간 사나운 일이 아닌지라 밤사이에 변소에 한 번 다녀오는 것이 요강을 씻는 것보다는 낫다는 계산이었다. 막내 동숙이 닭털 뽑을 때를 보지 않았더냐. 막내의 담력이 그만한 정도인데 그 위로는 말해 무엇할까. 겨우 밤에 변소 다녀오는 일이 무에 대수겠는가. 마음만 먹었다 하면 닭 모가지도 야물딱스럽게 비틀어 놓을만한 처자들이다.
여염집에서는 전기세 때문에 호롱불을 여직 사용하는 집도 많았다. 밤새 10촉짜리 전깃불을 켜 놓는 집은 우산리에서는 박 초시 집이 유일했다. 그래서 10촉짜리 전구는 솟을대문 집의 위상을 밝혀 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내일 강에 수영 댕겨 온다고 해야지. 금숙이도 데리고 가는겨. 그래야 내가 부러 내 몸을 보여 주려고 했다는 소리를 안 들을겨.' 오래도록 고민한 끝에 숙제를 풀어낸 듯 개운한 마음이 되었다. 개운한 마음이 되니 잠이 찾아온다.
“아부지 오날은 강에 수영을 댕겨 와야 것서유. 핵교에서 수영도 배워 오라고 했구유. 피서 겸해서 댕겨 왔으면 혀유”
아침을 먹으며 동숙이 박 초시의 허락을 구한다.
“그려? 그럼 부러라도 댕겨와야지. 그래라. 뭐 필요한게 있더냐? 참 뉘하고 댕겨올거냐?”
명란젓에 저를 찍으며 박 초시가 묻는다. 피서라는 말에 언니들은 화들짝 반색을 하는데 어머니의 눈매가 잠시 꿈틀한다.
“어머 어머 확실히 세대차이가 난다. 나”
“그려 언니 우덜 같았으면 꿈도 못 꾸어 봤을겨. 피서가 뭐여 피서가. 하여간에 동숙이 저것은 유별나요”
첫째와 둘째가 피서라는 말에 기가 막힌 듯 한 마디씩 꺼내 놓는다. 그랬거나 말거나 동숙은 아버지의 허락을 통해 어머니 그리고 대주마님인 할머니의 동의까지 한꺼번에 끌어낸다.
“야 아부지 옆집 금자하구 갈려구유.”
“그려? 둘이만 가면 짓궂은 사내 녀석들에게 놀림감 된다. 칠복이를 데리고 댕겨 오너라.”
“야 아부지 그러것시유.”
“오냐 밥 든든히 먹고 맛있는 것도 좀 사 먹고 오니라”
“야아~”
신바람이 난 동숙이 대답이 콧소리까지 실어 길게 여운을 남기고 늘어진다. 언니들은 속으로 캥캥하고 있으나 마땅히 내어 놓을 말도 없다.
“막내야 종숙이하고 함께 댕겨 와.”
큰 언니가 종숙이를 챙긴다.
“아부지 그람 엄니와 할무니 모시구 물놀이 댕겨 오시면 좋겠네유”
둘째가 큰 언니의 말에 말장구를 치면서 내어 놓은 물놀이라는 말에 대주마님의 엉덩이가 들썩했다. 며느리가 시어머니 눈치를 보아하니 어지간히 물놀이를 가시고 싶은 눈치이다.
“그렇게 하시지유. 어머님도 물가에 가 보신지 상구 오래 되었는디”
시어머니의 눈치를 챈 박 초시의 아내가 박 초시의 옆구리를 슬쩍 찌르며 박 초시를 재촉한다.
“어험. 그럴까. 어머니 물놀이 댕겨 오시겄시유?”
넌지시 어머니의 대답을 구하며 물어 오는 아들이 고맙기만 하다. 며느리가 아들의 옆구리를 슬며시 찌르는 것을 보았으나 내색도 하지 않았으나 아들 내외가 이리 물어 봐 주는 것이 여간 고마운게 아니다.
“아녀, 아녀 나는 되었느니라. 너희들이나 댕겨 오니라”
짐짓 사양을 하는 시어머니의 눈치를 보고 아내는 남편에게 눈짓을 한다.
“그럼 어머니 말 나온 김에 우리 함께 물놀이 댕겨 오시지유. 애덜하고는 나중에 또 댕겨 오면 되겠구유”
박 초시의 채근에 그제야 할머니가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떡이며 동의를 표한다. 아차 이거 뭐가 잘 못 되어간다. 판이 커졌다. 동숙의 속마음이 덜컹거린다.
“아범아 지난번에 먹었던 올갱이적이 참 냠냠하더라.”
아아~ 산 너머 산이다. 이번에는 칠복이 가슴이 덜컹거리며 삐거덕거린다. 언니들은 출근하고 대학생 둘은 과외를 맡은 학생들 집으로 출근을 했다. 고3인 정숙이는 학교 도서관으로 직행했다.
박 초시는 차를 불러 택시를 대절하기로 하고 동숙이에게 금자와는 다음에 가도록 일러두라했다. 주인아주머니는 종숙이 동숙이와 함께 솥단지와 냄비 그리고 각종 반찬과 양념거리와 정구지적에 들어갈 재료를 준비하는데 분주하다. 칠복은 삼태기와 얼개미 바께쓰를 꺼내 놓았다.
“칠복아 이장 댁에 가서 족대를 좀 빌려 달라고 해라”
“야 어르신”
한달음에 달려 이장 댁에 가서 족대를 빌려 달라고 하니, 박 초시 어른이 노마님을 모시고 물놀이를 댕겨 오려고 한다는 말에 이장이 족대를 직접 가지고 칠복과 함께 박 초시에게 인사를 왔다.
“어르신 물놀이를 댕겨 오시려구유? 그람 지가 경운기로 모셨으면 합니다유”
“뭐여? 경운기로? 그 귀한 경운기로 물가가 어디인디 댕겨오겠는가. 뜻은 고마운디 부담스러워서 안 되것네”
“아녀유 지난번에 송아지를 흔쾌히 내어 주신 고마움을 어떻게 갚던지 갚아야 할틴디 하고 있던 참인디유. 노마님까지 모시고 댕겨 오신다니께 제가 꼭 모시고 싶구만유”
경운기는 대동공업에서 1962년에 처음으로 제작하여 보급한 경운기인데 1965년이 되어서야 국산엔진을 달고 보급되었다. 이장은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 동이면에서 세 번째로 경운기를 들여왔다. 햇수로 1년 안쪽 밖에 되지 않는 이장의 경운기는 우산리의 자랑거리이기도 했다.
“어르신 그간 강령하셨는지요”
박 선생이 불쑥 마당에 들어선다. 안경을 쓴 너머로 예리해 보이는 눈매와 갸름한 턱이 천상 선생님과 같은 인상을 준다.
“박 선생 어서 오시게. 덕분에 잘 있었서요. 그래 어쩐 일이 있으신가?”
“아닙니다. 딸아이가 물놀이 이야기를 하길래 무료한 김에 잘 되었다 하고 있었는데 동숙이가 와서 어르신께서 노마님과 함께 가신다고 하기에 인사나 하려고 들렀습니다.”
“그람 박 선생도 함께 가면 어떻겠는가. 마침 이장님이 경운기를 내준다고 하시는디”
“아 그렇습니까? 그래도 되겠습니까. 좀 면구스럽기는 합니다만 붙여 주신다면 큰 기쁨이지유”
박 선생은 벌써 올갱이적 부침개에 특주 한 사발이 생각이 나는 듯 낫낫해졌고 박 초시는 술동무가 생겨 여간 반가운게 아니다. 박 초시는 댓바람에 전화를 걸어 대절택시를 취소했다.
드디어 두 가족을 태운 경운기가 털털거리며 마을을 벗어나 신작로를 달린다. 노마님을 비롯한 여성들은 바닥에 앉았고 몇 안 되는 남성들은 경운기 짐칸 양옆에 선반처럼 내여 있는 긴 쇠의자에 배치 붙었다. 신작로를 벗어나 비포장 길로 들어서니 경운기가 덜컹거리는 그대로 엉덩이에 충격이 온다. 꽁꽁 싸매어 놓은 양념냄비 등속이 덜컹거릴 때마다 달그락거리며 퉁퉁 튄다. 노마님도 주인아주머니와 박 선생 부인도 종숙이 동숙이 금자의 엉덩이에 불이 난 듯 하다. 경운기는 조그만 구릉에서 달달 떨더니 아등바등 잉잉거리며 간신히 구릉을 오른다. 칠복은 내색하지 않았으나 혹시나 내려서 뒤를 밀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기는 것은 아닌가 해서 경운기가 아등바등할수록 애가 탔다.
이럴 줄은 알았지만 너무 튀어서 여인네들이 은근히 걱정이 되는 박 선생은 박 초시의 눈치를 살펴보는데, 박 초시는 낫낫한 얼굴 그대로 무지근한 표정으로 장하게 자라난 나락에 눈길을 주고 있다. 잘 자라난 나락을 보면 감탄을 하며 주인에게 찬사를 보냈고 벼줄기에 도열병이 들어 있는 나락을 보면 혀를 차며 걱정을 한다. 박 선생은 자신의 가족이 동행하지 않았다면 택시를 대절해서 편안하게 물놀이를 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자꾸 미안해졌다.
구부정하게 앉아 있던 동숙이 어느새 위 칸에 올라앉았는데 종숙이와 금자의 손목을 끌어 당겨 함께 앉았다. 동숙은 절대로 혼자 죽는 법이 없었다. 죽는 일이라면 반드시 누구라도 붙잡고 늘어지는 물귀신 작전으로 죽음에 임박해서도 언제나 살아났다. 동숙의 잔머리는 면에서도 알아주는 비상한 잔머리였던 것이다.
바닥에 불편한 자세로 앉아 있던 노마님도 위 칸 의자에 앉고 싶어 하는 눈치인데다 자신들도 어지간히 엉덩이가 아픈 여인네들이 용기를 내어 위쪽에 올라앉았다. 그리하여 양쪽 가족 모두가 얼얼한 엉덩이를 쓸며 양쪽에 서로 마주 보고 앉았다. 기우뚱거릴 때마다 혹시 굴러 떨어지는 불상사가 생길까 하여 몸의 중심을 있는 대로 앞쪽으로 기울였다. 지극히 불안정한 자세이지만 그래도 물놀이를 가는 마당이며 우산리의 자랑거리인 경운기를 타고 가는 중이다. 일벙 엉덩이에 불이 나지만 마음만은 여간 대견한 것이 아니다. 박 초시 쪽의 가족 수가 많으니 동숙이가 금자 옆에 자리하고 앉았다. 이쪽으로 붙기에도 그렇고 저쪽으로 붙기에도 부자연스러운 칠복은 뒤쪽에 앉았는데 덜컹거리며 사납게 요동질을 치는 경운기의 요동에 뒤로 굴러 떨어질 것만 같은지라 앉지도 서지도 못한 자세로 얼마간 가다가 이제 바닥에 철썩 주저앉았다. 그래도 두 손으로는 혹시나 먹거리를 담은 냄비나 그릇이 기울어져 새지 않도록 꼭 붙들었다.
“여기쯤이 좋을 것 같은디유.”
이장이 손으로 가리키는 곳은 이장이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피서나 천렵을 올 때에 그늘막을 치던 곳이었다. 야트막한 구릉에 키 작은 소나무들이 얼기설기 어긋나게 자리를 잡고 있는 사이로 그늘이 만들어져 있다. 앞쪽으로는 모래사장과 붙어 있는 얕은 구릉에는 솥단지를 걸 수 있도록 커다란 돌로 부뚜막도 만들어져 있다.
시야가 탁 트인 금강 상류에는 특유의 맑고 깨끗하다 못해 투명한 물이 넘실대며 여울져 흐르고 있다. 보기만 해도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었고 물가에 발이라도 담그라는 듯 손짓하여 부르는 듯 하다. 여기는 반딧불이의 서식지로도 유명해서 밤이 되면 반딧불이의 꽁무니에서 나오는 반뜩이는 불로 춤을 추는 듯 온 사위를 황홀하게 만들었다. 밤하늘 멀리에서 보면 마치 쥐불놀이라도 하는 양, 반뜩이는 반딧불이의 꽁지불은 제멋대로의 비행으로 파아란 선을 만들어 놓으며 밤하늘을 수놓았다. 강 건너편에 보이는 커다란 바위를 둥글게 감돌고 흐르는 물은 수심이 가장 깊은 곳으로 마치 코발트를 뿌려 놓은 듯 물색이 짙고 고요하여 깊이를 알 수 없다.
햇빛을 받아 반사되는 모래사장은 보는 각도에 따라 마치 금가루를 뿌려 놓은 듯 혹은 은가루를 뿌려 놓은 듯 예사롭지가 않아 보인다. 일행은 물색 깊은 건너편 강물과 짙은 녹색으로 치장한 강가의 수풀에 감탄을 하며 기지개를 편다. 비릿한 물내음과 함께 짙은 오존냄새가 가득 폐부로 들어왔다. 이제야 피서를 온 실감이 난다.
박 초시와 박 선생은 자신들을 태우고 온 이장에게 기꺼운 마음으로 최대한 감사의 표시를 하고 싶었다.
“수고했네 고마우이. 이것 작은 것이지만 기름 값에 보태시게”
“아녀유 어르신 만약에 이 돈을 받으면 천벌을 받을 것이구먼유. 지는 잘 키운 송아지를 주신 값을 만분지일이라도 갚고 싶은 맴이여유”
“재미지게 노시유. 그람 지가 해떨어질 때쯤에 모시러 일벙 오겄슈”
정색을 하며 펄펄 뛰는 이장에게 더 이상 권할 수는 없는 터라 박 초시와 박 선생은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손을 꽈악 잡았다.
“시간이 괜찮다면 일찍 와서 막걸리 한 잔 하면 좋것는디 그리 할 수 있겠는가”
“야 그럼 지가 그건 그리 하것습니다유. 재미지게 노시유”
“텅텅텅텅”
이장이 인사를 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받고 경운기를 돌려 마을로 돌아갔다.
“여그가 좋것구먼”
박 초시 부인이 가리키는 곳에 두 집의 부인들은 자리를 펴고 부뚜막에 솥단지를 걸고 준비해간 나무와 양념냄비 등 먹거리를 펼쳐 놓았다. 박 선생은 그늘막을 치고 종숙이 동숙과 금자는 물통에 물을 길어 왔다. 과일은 망에 담아 광주리에 넣고 동숙이가 들었다. 특주막걸리 5통은 끈으로 묶어서 금자가 손에 들고 무릎이 차는 곳에 들어가 자갈이 많은 바닥을 골라서 대바구니를 엎어서 과일과 막걸리 통이 도망가지 못 하도록 큼직한 돌로 지그시 눌러 놓았다.
박 선생은 작년에 투망을 사서 잘 보관해 두었었다. 연습을 한답시고 강가와 개천을 열심히 뒤지며 투망을 던졌으나 활짝 펴지지 못하고 뭉쳐서 날아갔다. 겨우 반쯤 펼쳐진 투망은 바위에 걸리거나 아카시아나무에 걸려 그물코가 몇 개씩 날아가는 수모도 겪었다. 박 선생은 가끔 자전거에 투망을 싣고 어딘가에 다녀오곤 했는데, 박 선생이 임자 없는 묘지 봉분에 투망질을 하고 있더라는 소문이 나서 그것이 투망연습을 하러 외출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박 선생은 그런 사람이었다. 무엇을 해도 철두철미하게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묘지의 봉분까지 덮어씌우며 적중률을 끌어 올린 박 선생의 투망실력은 점심을 얼마나 걸게 먹느냐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
박 선생이 투망을 어깨에 을러 매고 앞장을 섰다. 여인네들이 이것저것 준비하는 일에 바쁜데 박 초시만 어정쩡하게 남아 있을 수도 없게 생겼다. 박 초시도 바께쓰를 들었다. 동숙과 종숙 그리고 금자와 칠복이는 족대와 얼개미를 각각 챙겨 들고 뒤를 따른다. 박 선생이 박 초시에게 그냥 좌정해 계시라고 권해도 박 초시는 재미 진 광경을 놓치고 싶지 않노라고 한사코 따라 붙었다. 박 선생은 내심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올해 처음으로 잡는 투망인데다 박 초시 어른까지 동행했으니 여차 했다가는 망신살이 뻗친다.
풀 섶을 헤치며 금강으로 합쳐지는 계곡의 여울물 줄기를 따라 조금 올라가니 물이 모인 웅덩이가 나타났다. 박 선생은 물색과 물속을 예리하게 살피며 어깨에 을러 매었던 투망을 내려 양 손에 쥐고 납덩이가 뭉쳐 있는 그물을 한 뜸 한 뜸 사려서 오른 손에 잡고 무게를 가늠해 보면서 던질 채비를 한다.
“촤아아앙"
경쾌한 소리를 내며 납덩이들은 일제히 묵직한 입을 열어 고르게 펼쳐져서는 포물선을 그리며 물속으로 떨어져갔다. 남의 묘지 봉분에서 열심히 연습한 결과인 모양이다. 박 선생은 한 손 한 손 큼직하게 그물을 잡아끌며 투망의 끝이 안쪽으로 오므려지도록 조심조심 그물을 사리며 끌어당긴다. 긴장을 하면서 지켜보고 있던 눈길에 오므려지는 투망의 그물코 사이로 번뜩거리는 물고기의 비늘이 반짝 반짝 움직인다. 박 선생은 숨을 죽이며 긴장된 손길로 그물을 당긴다. 그물에 묵직한 것이 걸려 뛰고 있다는 감각이 박 선생이 그물을 잡고 있는 손을 통해 전달되어 왔다.
“크다”
박 선생의 입에서 낮은 탄성이 흘러 나왔다. 둑에 있던 일행은 즉시로 숨을 죽이며 긴장했다. 마치 내가 숨을 크게 쉬면 고기를 놓칠 것만 같다는 은연중의 부담감 때문이다. 일행이 긴장하고 있는 사이에 박 선생은 그물을 살며시 끌어 물 밖 가장자리로 끌고 나왔다. 물 밖 가장자리는 아주 협소한 모래사장이 있는데 거기까지 끌고 오면 적어도 고기는 도망을 갈 수 없게 되어 있다. 일행은 둑을 내려서서 모래사장으로 발길을 옮겼고 가는 도중에도 그물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그물에서는 무언가가 펄떡거리고 있는데 그 바람에 그물이 출렁거리며 움직였다.
“어마나 뭐시가 팔딱팔딱 튀잖여, 저게 뭐여”
“괴기가 많이 잡혔나벼, 저봐 저봐 그물코에 박혀있잖여”
그것은 누치라고도 불리는 눈치였다. 동숙이 팔뚝만한 누치가 잡혀 있었다. 그물코에 빽빽이 들어차 있을 정도로 피라미와 모래무지 그리고 작은 눈치들이 잡혀 있다. 박 초시의 입이 따악 벌어졌다. 혼인색으로 울긋불긋한 피라미는 불거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불거지는 입을 따악 벌리고 반항을 하는 듯 하다. 일행은 신기함과 호기심 그리고 즐거움으로 희희낙락하여 투망에 잡힌 고기를 떼어내 바께쓰에 담았다. 이 재미가 쏠쏠해서 저마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수염을 빠뜨리고 코가 석자나 빠진 것 같이 생겨 먹은 메기 몇 마리는 바닥을 기고 있는 중이고 피라미들은 튀어서 온 몸에 모래를 뒤집어썼다. 미꾸리 두어 마리는 투망의 그물코에 찡겨서 이리 빼도 안 빠지고 저리 빼도 안 빠진다. 동숙이 쓴 입맛을 다시면서 미꾸리 꽁지를 잡고 잡아 빼려 했으나 미끄러워서 헛손질만 했는데 용만 썼지 결과는 없다.
동숙이 두 손을 가는 모래에 비비더니 미꾸리 꽁지를 잡고 여차 힘을 써서는 결국 빼내어 바께쓰에 잡아넣었다. 단 한 번의 투망질에 이렇게 고기가 많이 잡힐 줄은 몰랐다.
“이만큼 잡았으면 넉넉하지 않것냐 칠복아”
“네 선상님 엄청 잡혔슈”
“박 선상 오널은 박 선상 덕에 걸게 먹겠구먼 허허헛”
“잠 계셔 보셔유 물빛을 보니께 괴기가 좀 있것슈”
박 선생은 물 위로 튀어 오르는 큰 고기를 보고 눈을 빛내며 다시 투망을 던졌다. 두어 번 더 던진 투망질에 바께쓰는 계속 채워져 갔다. 벌써 바께쓰에 절반이나 고기로 채워졌다. 두고 볼 것도 없고 여기저기 다닐 필요도 없겠다. 하여 박 선생은 투망을 거두어 들였고 잘 사려서 어깨에 을러 매었다.
싸아한 풀냄새가 폐속 깊이 빨려 들어온다. 까짓 작렬하는 태양 앞에서 흐르는 땀쯤이야 등짝이 벌겋게 달아올라 따끔거렸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일행은 의기양양해져서 만선의 깃발을 올리고 포구로 돌아오는 어선처럼 바께쓰를 앞세우고 여울의 둑을 걸었다. 자갈이 울퉁불퉁한 둑 아래 여울과 물이 모여 있는 계곡에서는 여기저기에 그늘막을 치고 점심 준비에 바쁘다. 개구쟁이 아이들은 물놀이에 정신이 팔려 있어 밥이고 뭐고 생각도 없으나 어머니들은 행여 자식들 끼니를 굶길까 보아 손짓 발짓을 하며 물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을 불러대고 있다.
팡파레가 울리는 듯 보무도 당당하게 행진걸음으로 걸어 박 선생과 일행은 그늘막으로 돌아왔다. 두 집 아내들과 대주마님은 일벙 간다고 갔다가 일벙 돌아오는 일행들을 맞으며 눈치부터 살핀다.
“워째 벌써 돌아 오시우? 물괴기가 하나도 없었시유?”
아무래도 미씸쩍다는 표정으로 박 선생 부인이 박 선생의 표정을 보며 그 잘난 투망질로 뭔 물괴기를 잡느냐는 듯 생뚱맞은 표정과 걱정스런 표정으로 박 선생을 반긴다.
“응 쪼끔 잡았어”
박 선생은 비둘기 수놈이 뻐시듯 고개를 뒤로 재끼고 배를 투욱 내밀며 교만기를 듬뿍 담으며 아내의 말을 받았다.
“오매 오매 이게 물괴기여? 생선이여?”
박 초시의 아내와 박 선생의 아내가 칠복이 낑낑 들고 온 바께쓰에서 뻐끔뻐끔하며 주둥이를 있는 대로 내밀고 있는 물고기들을 뒤적거려 보면서 외치듯 감탄사를 연발했다. 칼과 도마를 꺼내 놓고 호박을 두툼하게 엇빗겨 썰어 놓은 뒤에 매운 풋고추를 잘게 썰어 놓아 둔 도마와 칼을 바라보며 박 선생의 아내는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는지 쩔쩔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기껏 피라미 몇 마리 정도 잡아오면 매운탕 흉내만 내서 이것저것 넣고 걸쭉하게 끓여 내면 그만이라고 어림잡아 생각하고 있다가 금자 팔뚝만한 눈치가 뻐끔뻐끔 하며 눈을 있는 대로 부라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기가 잔뜩 죽었다. 고등어도 잡아 보고 삼치도 잡아 봤지만 그거야 다 죽은 생물이니 별것 아니었으나 살아 있는 생선을 잡을 생각을 하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박 선생의 아내는 슬몃 박 선생 옆으로 가서 속삭이듯 말했다.
“당신이 좀 잡아 줘유. 무신 물괴기가 엄청 사납게 생겨 먹었는지 모르겠슈. 애덜 있는데서 무섭다고 할 수도 없구”
나직하게 속삭이듯 말하는 아내를 보며 박 선생은 아내가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짐짓 어깨에 힘을 실었다.
“그려 걱정 말어. 내가 잡을 테니께”
어지간히 큰 눈치를 앞에 두고 한축은 집에 가지고 가서 해 먹어야 한다. 또 다른 축은 엄청 큰 괴기이니께 약으로 써야 한다. 는 둥 말이 분주하다. 박 선생이 눈치를 잡아 도마에 올려놓고 오른 손으로 칼을 잡고 왼손으로 눈치의 배통을 누르니 어지간히 놀란 눈치가 용을 쓰며 요동을 쳐서 눈 깜짝할 순간에 도마를 벗어나 자갈 위에 떨어졌다.
“어이쿠”
깜짝 놀란 박 선생이 다시 눈치를 잡아 도마에 올려놓으려 하는데 이번에는 꼬리로 후려치며 튕겨져 나간다. 힘찬 꼬리짓에 뺨을 한대 얻어맞은 박 선생이 어지간히 놀라 다만 눈을 꿈쩍꿈쩍할 뿐 자갈 위에서 한바탕 요동을 하는 눈치를 잡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가만 계셔 보셔유. 지가 할꺼구만유”
보다 못한 동숙이 썩 한 걸음 앞에 나서더니 땅바닥에서 요동을 치는 눈치를 두 손으로 살며시 잡아들고는 도마 위에 살짝 얹었다. 그리고는 오른 손으로 칼을 쥐고 왼손으로는 눈치의 배를 살며시 누르며 눈치의 뒤 목을 칼로 쿠욱 찌르며 순식간에 머리통을 절반이나 잘라낸다. 불시에 습격을 받고 머리통이 반쯤 잘린 눈치는 그제야 왼손에 힘을 주고 배통을 누르는 동숙의 손에서 다만 꼬리를 쳐들고 바들바들 떨뿐이다.
이 모양을 보고 입을 따악 벌리고 있는데 동숙은 눈치의 배를 갈라 가득 차 있는 노오란 알과 부레를 꺼내며 짙은 녹색의 쓸개를 손으로 뚜욱 따서 버린다. 박 초시의 입도 아직 다물어지지 못했다. 동숙의 어머니는 눈이 커질 대로 커져서는 쪼그리고 앉은 동그만 동숙의 어깨와 동숙의 손아래에서 각 부위별로 해체되고 있는 눈치를 번갈아 본다. 박 선생은 입을 따악 벌린 채로 이마에 땀을 흘리고 있고 칠복은 그만 눈을 감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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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신80회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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