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의 영성) 제 2장 사도 바울의 영성
제2장 사도 바울의 영성
카슨은 사도바울을 일컬어 신약성경의 1/2(13권)을 저술한 사도 중의 사도로 분류하여 극찬하고 있습니다. 카슨은 사도바울에 대하여 평가하기를 “십자가의 도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구약과 신약의 텀(TERM)을 단숨에 연결시킨 사상가요 변증가”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사도바울의 영성은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만남으로부터 시작되고 있습니다. 사도행전 9장에 기록되어 있는 사건은 홀연한 빛에 둘러싸이게 되면서 눈이 멀었고 이어 들려오는 하늘의 음성에 넋이 빠져 무릎이 풀리고 그 자리에서 고꾸라진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후 3일간 음식을 전폐하고 아나니아에게 안수를 받고 눈이 떠진 것이며 자신에게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에 대하여 예루살렘에 돌아가자마자 증거하는 사도바울의 극적인 회심장면이 기록되어져 있습니다.
자신에게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을 증거하는 사도바울의 말에 혼비백산한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당시 대제사장인 가야바를 비롯한 종교지도자들에 의하여 배도자로 낙인이 찍히고 생명의 위협을 받자 도망하여 아라비아 사막으로 피신합니다. 무려 3년여의 세월 동안 인고의 연단을 받은 사도는 아라비아 사막에서 벗어나 안디옥에 뿌리를 내립니다. 안디옥에서 이방인 선교를 하고 있던 베드로 및 초대교회의 지도자들과 교류하면서 사도바울의 극적인 회심이 예수 그리스도의 영으로 말미암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성령의 명을 받고 사도들(초대교회 장로들)은 사도바울을 이방인을 위한 선교사로 안수하고 안디옥 교회를 통하여 정식으로 파송받아 이방인을 위한 선교사역을 감당하게 됩니다.
사도바울의 영성의 속성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하나님 나라에 대한 공동체 사상의 추구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도바울은 하나님의 나라를 말할 때에는 언제나 꿈을 꾸듯 말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말하는 그의 필체에서는 신비로운 영롱함이 무지개빛으로 둘려 있으며 하나님의 나라를 푯대로 삼고 열망하는 사도의 조급함과 열심은 언제나 달음질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도의 가슴 속에는 언제나 하나님의 나라가 있고 그 중심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있었습니다.
사도바울이 기록한 13권의 성경을 통하여 비추어 보면, 사도바울에게서 나타나고 있는 영성은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는 자비량 선교사라는 특징이며 둘째는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확고한 사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며 셋째는 복음의 핵심을 정확히 표현하며 서술한 변증가라는 것이며 넷째는 확고한 성령관(그것이 목회관과 교회관으로 나타나고 있다)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1. 자비량 선교사
사도 바울에게는 장막을 기우는 기술이 있었습니다. 이 기술은 아마도 아라비아 사막 3년 동안의 생활에서 배우고 익혀졌으며 그로 인하여 생계를 유지하듯 싶습니다. 안디옥 교회에서 성령의 명령으로 선교사로 안수를 받고 파송 받은 후에 바울은 전도여행 중에 언제나 장막을 기워서 전도여행의 경비로 사용했으며 질 좋은 양피지를 구해서 편지를 쓰고 기록을 남기는 일에 사용했음을 봅니다.
장막을 기우는 일과 선교사역의 동역자로 바울과 함께했던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부부 역시 장막을 기우고 수리하는 중에 만났습니다. 뜻과 사상이 맞았던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부부가 사도 바울의 사역에 함께 하며 교회를 세우는 일에 협력한 사실은 중대한 가치를 가집니다. 사도 바울의 사역에 핵심인물이 되었다는 사실도 중요한 것임에는 분명하나 사도의 사역과 사도를 위하여 목숨을 내어 줄만한 신의의 사람이었다는 사실로 볼 때에 바울 사도의 사역의 절반은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부부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말이 되기 때문입니다.
바울 사도의 자비량 선교에는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부부와 같은 진실된 협력자가 있었습니다.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얼마든지 복음을 전할 수 있었다는 점도 간과되어서는 안 될 대목입니다. 오히려 생계를 유지하는 장막 수선의 작업 중에 만난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부부와 같은 헌신적인 협력자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사도바울의 선교사역을 보면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느 곳이던지 가리지 않았으나 특별히 일을 하고 있는 삶의 현장에 집중되어져 있음을 봅니다. 시장 통에서 만난 자주장사 루디아는 자신의 집을 예배처로 내어 놓았습니다. 그러나 유대인의 회당에서 전도한 일은 항상 부작용이 발생했습니다.
발품을 팔며 이곳저곳에서 전도한 바울은 언제나 장막을 기우는 일을 하면서 쉼을 얻었습니다. 장막만 기웠을까요. 이것저것 가져오는 수선품을 받아 바느질품을 팔았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할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낙타의 털에서 실을 자아내서 그 실로 바느질을 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바울 사도가 작업을 할 때에 무릎을 덮고 있던 앞치마를 가져다가 병자에게 놓기만 해도 병이 떠나갔다는 기록을 볼 때에, 사도가 바느질품을 팔면서 자비량 선교를 했다는 사실은 사도의 현실이었습니다.
주목할만한 일은 안식일에 유대인의 회당에서 복음을 증거하다가 쫓겨나기를 여러차례 거듭했다는 것을 보면 바울사도는 안식일을 지켰음이 분명합니다. 물론 교회가 세워지고 난 뒤에는 유대인의 회당에서 복음을 전하지 않았고 교회에서 복음을 전했습니다. 따라서 당시의 예배일은 안식일이었음이 분명하며 이는 초대교회에서도 전통적으로 지켜졌던 일입니다. 이후 로마의 콘스탄틴 대제의 국교 선언이 있고 난 후에 태양신을 숭배했던 로마의 관습에 따라 태양신을 숭배하는 자들의 숭배행위를 폐하고 오직 유일신 하나님께 예배드린다는 칙령은 태양신을 숭배하는 일요일을 폐하고 일요일에는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날로 공포되어졌습니다. 이로써 기독교는 안식일 체재의 유대교에서 분리되며 일요일에 예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일과 맞아 떨어집니다. 하여 로마의 유일한 국교로서의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고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일인 주일에 예배를 드리게 된 것이지요. 기독교의 입장에서 볼 때에도 속이 시원한 일이었습니다. 언제까지나 유대교의 전통을 따르고 있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기독교의 부담이었고 어떤 모양으로라도 해결해야 하는 과제 중의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이미 사도바울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일에 성찬예식을 거행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사도바울의 설교와 성찬식에 익숙해진 초기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일요일은 주일이었고 마땅히 예배를 드리는 날로 고착되어져 있었던 것이지요.
2. 하나님의 나라
1) 배경
사도바울의 사상 속에 녹아 있는 하나님의 나라관은 당시의 헬라문화와 무관치 않습니다. 헬라문화의 특징은 이념을 중시했으며 각 국가간의 종교와 풍습을 그대로 용인했습니다. 로마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각 국가의 신들을 동일시했으며 가장 강력한 신으로의 흡수적 통합을 꾀하여 혼합적인 신을 탄생시킵니다. 즉 로마의 황제는 살아 있는 신이라는 개념이지요. 로마의 근저가 된 그리스 문화는 플라톤의 이원론 사상에 근거를 두고 있는 철학의 바탕과 그리스 문화에 각각 취합된 그리스 신화에 바탕을 둔 신화적 태양신 숭배사상이 양대산맥으로 헬라문화 속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태양신의 아들인 로마황제를 신의 아들이라는 명분을 주어 신으로 만들어 내는 작업은 아주 쉬운 일이었습니다. 그리하여 태양신의 아들인 황제와 교통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귀족들도 마찬가지로 신의 아들이라는 명분이 자연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귀족이란 로마의 시민권을 가진 정통로마인이어야 하며 로마 시민권을 가진 자들에게도 신의 아들이라는 개념이 형성되어져 있었습니다.
플라톤의 이원론 사상은 현상세계와 이데아의 세계로 양분되어 있습니다. 현상세계는 인간의 세계이며 이데아의 세계는 영혼의 세계이며 동시에 신의 영역에 속해 있습니다.
신의 세계인 이데아의 세계는 신의 세계이며 영혼의 세계입니다. 이데아의 세계는 이성의 능력으로 풀 수 없는 한계를 뛰어 넘은 또 다른 세상이며 여기에서는 지식과 이성이 완결된 영혼의 세계이며 인간의 영혼을 지배하는 신비로운 신의 세계로 구분합니다.
사도바울은 하나님의 나라를 설명하기 위하여 이데아의 세계인 신의 나라를 도입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헬라인들에게 관념화 되어 있는 신의 나라와 하나님의 나라를 구별하는 원인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데아의 세계로 말해지는 신의 나라는 곧 하나님의 나라요 하나님의 나라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성도들의 나라로 설명합니다.
사도 바울에 의하면 곧 이데아의 세계의 주인은 예수 그리스도이시고 성도는 그의 백성으로서 존재해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인류는 원천적으로 하나님의 소생이기 때문에 그러하며 플라톤이 이데아의 세계로 말한 것은 하나님을 몰랐기 때문이라고 사도 바울은 역설하고 있습니다.
사도 바울의 탁월한 변증은 당시의 문화로서 해결할 수 없는 종교적인 인간의 발원(신은 누구인가?)과 신을 향한 질문(과연 신은 존재하는가?) 그리고 신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인간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을 단숨에 해결해 주고 있습니다.
2) 시민권
이데아의 세계에서 설명되지 못한 신의 존재가 예수 그리스도라는 논증을 통해 사도 바울이 하나님의 나라를 설명할 때, 사도는 로마의 시민권을 이야기 한다. 당시 로마의 시민권은 상당한 권리가 보장되어 있었고 로마의 시민권자는 특권자로서 로마의 세력이 미치는 곳에서는 로마의 황제가 보장하고 있는 상당한 지위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로마의 시민권자는 자신의 재판을 황제에게 직소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통상 로마의 치하에 있는 점령국 시민의 경우에는 로마에서 파송한 총독의 결정이 로마 황제를 대신하여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로마에서 파송하여 총독으로 봉해진 총독의 권한은 로마 황제의 결정을 위임 받은 것이기 때문에 총독의 권한은 로마 황제를 대신하여 권한이 행사되고 있었으나 단 하나 로마의 시민권자에게 만큼은 그러하지 못했습니다.
오직 로마의 시민권자만이 총독이 될 수 있었고 로마군의 고위 지휘관이 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당시에 사도 바울이 나면서부터 취득한 로마의 시민권은 특권의 상징이었고 대단한 신분이었습니다.
이로써 사도행전 9장에서 당시 사울로 불렸던 바울이 대제사장의 위임된 공문을 지참하고 그리스도인을 색출하여 파문하고 죄인으로 결박하여 압송해 올 수 있는 권한을 대제사장으로부터 위임 받을 수 있었던 원인이 자연스럽게 설명 되어집니다.
사도 바울은 자신의 순교지를 로마로 정하였는데 이는 그가 로마 시민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사도 바울은 복음의 문제를 로마 황제에게 당당히 상정하여 이슈화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도였지요. 따라서 사도 바울이 로마를 순교지로 선택하여 순교에 이르는 동안 복음은 사도 바울을 통해 로마의 심장부를 강타할 수 있었고 심장 깊숙이 침투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사도 바울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복음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음을 입증해 주는데 사도 바울의 심장 속에는 하나님의 나라가 깊숙이 박혀 있었고 살아서 역동하고 있었던 증거입니다.
3) 변증
사도는 복음을 변호하는 수단으로 변증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도 바울의 글에서 “법”이라는 법률적 용어가 서슴없이 사용되어지고 빈번히 사용되고 있음은 바울의 깊은 학문과 상당한 경지에 도달한 학문적 성취의 정도를 잘 보여준다 하겠습니다.
사도는 “하나님의 법”, “은혜의 법”, “믿음의 법”, 혹은 “십자가의 도”, “구원의 도”라는 특징적인 용어를 권위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이 그의 서신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사도의 언어적 습관을 보면 뚜렷한 유비적인 비교설명과 판결을 내리듯 경쾌한 결론이 사도의 특징으로 관찰됩니다. 이는 사도가 변증법에 대하여 상당한 가견을 이루고 있음을 증명해 주는 말이기도 합니다. 사도 바울은 논리와 철학으로 완전무장한 탁월한 사상가요, 동시에 변증가였습니다.
사도는 “세상나라”와 “하나님의 나라”를 대비하여 비교 설명하여 명쾌한 결론으로 유도합니다. “율법”과 “은혜의 법”을 유비시켜 비교 설명함으로 하나님의 은혜가 법제화 되어 있음을 단단히 각인시키고 있습니다. 여기에 당시 스콜라 철학자들이 가장 권위적으로 사용했던 용어인 “도”라는 개념을 “십자가의 도”, “구원의 도”로 승화시켜 오직 기독교만이 유일한 종교이며 하나님만이 유일하신 하나님이심을 변증함으로 당대의 유명한 스콜라 철학파들의 논리에 쐐기를 박고 그 위에 기독교 사상으로 덮어 콘크리트화 하여 어설픈 철학이 기독교의 사상에 싹을 내리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아 버리고 있습니다.
3. 공동체 사상과 성령관
사도 바울의 영성 중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영성은 공동체 사상과 성령관에서 여타의 사도들과 뚜렷한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말은 다른 사도들 보다 공동체 사상과 성령관을 피력하는 문제에 있어서 탁월하다는 말이지 다른 사도들에게서는 공동체 사상이나 성령관이 빈약했다는 말은 아닙니다.
1) 공동체 사상
사도 바울의 공동체 사상은 그의 성령관에 기초하고 있는데, 다메섹 노중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영(성령)을 받은 후에 사도 바울은 그가 세운 교회에서 성만찬식을 지속적으로 집행하는 것으로 그의 공동체 사상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습니다. 한 편으로는 복음을 변증하면서 한 편으로는 자신이 세운 교회의 구성원들을 한 성령 안에서 교통할 수 있도록 은혜를 펼치고 있는 사도 바울의 사역에서 진한 공동체 사상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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